프랑스의 지방선거 결과가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3월 23일 지방선거를 치렀습니다. 크게 보면 우파 연합의 승리, 집권 좌파의 패배로 요약됩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차 투표 결과 좌파 연합이 37.7%, 우파 연합이 46.5%를 얻었습니다. 여기 까지만 보면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집권당에 등을 돌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이 4.7%를 득표했습니다. 국민전선은 전체 3만 6천여개 선거구 가운데 1.7%에 해당하는 596곳에만 후보를 냈습니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으면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을 넘긴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주일 뒤 10% 이상 득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합니다. 이번에는 국민전선 후보가 229개 선거구에서 결선 투표에 진출했습니다. 심지어 사무총장인 스티브 브리와는 지역구인 에낭-보몽에서 1차 투표에서 당선되는 '상징적인 승리'(르 몽드지)를 거뒀습니다. 에낭-보몽은 인구 2만 6천명의 광산 도시로 좌파가 늘 우세했던 지역이라고 르 피가로지는 소개했습니다.
이번 1차 투표 결과는 3곳에서 승리하고, 116곳에서 결선 투표에 진출했던 1995년의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를 앞선다고 르 몽드지는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2008년 지방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0.9%를 얻는 데 그친 데 비하면 엄청난 약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선거 결과에 고무됐는 지 국민전선의 마린 르펭 당수(FN의 창설자 장 마리 르펭의 딸)는 "(사회당과 우파 연합) 양극 체제의 종언"이라며 "프랑스 국민들이 잘못된 좌-우 선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FN은 선거 내내 반 EU, 반 세계화, 반 이민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쉥겐 조약으로 인한 자유로운 이민으로 치안이 악화된다는 주장입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긴축을 요구하는 EU에 대한 반감도 이용했습니다. 여기에 창설자 장 마리 르펭의 극단적인 성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극우파가 득세할 조짐이 이미 보였다는 것입니다. 2013년 10월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권자 24%가 국민전선을, 22%가 우파 연합을, 19%가 사회당 지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당시 국민전선이 처음으로 우파 연합과 사회당을 모두 눌렀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극우 성향은 프랑스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2013년 11월 슬로바키아 지방선거에서는 극우 정당인 '우리의 슬로바키아' 당 당수인 마리안 코틀레바가 지역의 지사로 당선돼 충격을 주었습니다. 코틀레바는 네오 파시스트 운동 단체의 지도자였고, 나치 유니폼을 입고 다니며, 인종 차별적 언동을 일삼은 인물입니다. 선거 이후 슬로바키아의 일간지 SME지는 '모두가 패자인 선거'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경제 위기를 틈타 네오 파시스트인 황금새벽당이 공공연히 활동하다 지도자가 체포됐지만 오히려 인기는 오르는 기현상 까지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에서도 2013년 9월 총선에서 극우파가 대약진했습니다. 오스트리아 극우파의 상징이라 할 외르크 하이더가 창립한 자유당(FPO")이 21.3%를 득표해 근소한 차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직전 선거 보다 3% 이상 더 득표했습니다. 헝가리의 딜레마 베체 지는 "여기가 유럽에서 가장 실업률이 낮다고 자부하는 곳, 금융위기 속에서도 이렇다 할 상처 없이 살아 남은 오스트리아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썼습니다.
이렇듯 지금 유럽 각국에서는 극우파의 득세가 분명한 대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현상이 오는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어떻게 표출될 것이냐가 관심입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상당수의 극우파가 유럽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가 각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의 집단이라도 똘똘 뭉치면 의회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이번 프랑스 지방선거를 보면 집권 사회당의 패인 중 하나로 낮은 투표율이 거론됩니다. 르 피가로지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불참률이 35.48%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따른 정치에 대한 거부가 주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5월이라고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표율이 더 낮아지면 낮아졌지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낮은 투표율 속에 앞으로 5년 간 유럽을 이끌어 갈 의회에 어떤 사람들이 선출될 것인지, 또 의원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유럽의 움직임은 세계 전체적으로도, 한국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논설위원칼럼] 심상찮은 유럽 극우파의 득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