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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부와 의사들은 각각 무엇을 얻고 잃었나

[취재파일] 정부와 의사들은 각각 무엇을 얻고 잃었나
“2차 휴진까지 갈 가능성은 아무래도 좀 떨어지겠죠?”
“글쎄요, 정부가 갑자기 합의안과 관련해 다른 소리를 자꾸 해서 회원들이 자극을 받았어요, 저희들도 낙관하기가 좀…”
-20일 오전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와 통화 중 일부.

의료대란 피했다
 지난 17일 2차 의-정 협의 후 20일 정오까지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투표 회원의 약 62%가 의-정 협의결과를 수용했다. 따라서 오늘(24일)부터 엿새 동안 예정되었던 2차 집단 휴진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20일 아침만 해도 의협 쪽의 반응이 영 미덥지 못해 혹시나 하면서 투표결과를 기다렸다. 당초 낮 12시에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었는데 발표가 좀 늦어졌다. 그 중간에 나온 기사에서 의협 측이 정부의 최종 입장을 확인하고 난 뒤에 발표를 한다기에 대강 투표결과가 예상됐다. 설마 집단휴진 하기로 결과가 나왔는데 정부의 최종입장을 재확인하겠다고 기다린다는 말은 ‘의협이 정부 뒷통수 친다’는 말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명분 세운 정부, 실리 찾은 의협
 2차 의-정 협의 결과에 대해 의사협회의 의견을 정부가 많이 수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원격진료의 경우에도 우선 도입한 뒤 시범실시를 하자는 정부의견과 시범실시를 일단 해보자는 의협 의견이 맞섰지만 결국 정부는 의협의 의견을 따랐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 부분 또한 의료계의 우려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협 등 보건 5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해 사실상 정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정부는 자신들이 가장 신경 썼던 두 핵심 쟁점이 전면 재검토 또는 취소되는 상황(그렇게 할 수도 없었겠지만)까지 가지 않으면서 진행할 수 있다는 명분을 얻었고, 의협은 자신들이 우려를 표시하며 줄곧 주장해 온 내용을 정부가 수용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나름 실리를 챙긴 셈이 됐다. 게다가 무엇보다 의료계가 의료 수가 결정에 입김이 커지게 된 것은 큰 수확이 됐다.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의의 공익위원을 근로자나 시민단체 같은 가입자측과 의료 공급자측이 같은 수로 추천하게 하는 등 의료계에 유리하게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건보료 상승으로 이어지나
 의료계와 건강보험공단은 매년 수가협상을 벌인다. ‘의료수가’(醫療酬價)란 수술이나 진료 같은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정하는 가격을 말하는데, 당연히 의료계 입장에서는 더 올리고 싶을 것이고 공단 입장에서는 덜 올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협상을 벌이다 결렬되면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라는 곳에서 심의.의결한다. 건정심은 가입자측 8명, 병원 등 공급자측 8명, 정부 등 공익부문 8명 을 비롯한 위원 24명에 보건복지부 차관(위원장)까지 모두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측과 의료공급자 측은 수가조정과 관련해 언제나 대립하는 상황이 될 것이고 결국 열쇠는 가입자측이 가지게 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언제나 수가결정은 정부의 승리로 귀착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의-정 협의 결과 공익위원 부분을 정부 의사대로만 채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의료계는 수가 협상에서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건정심으로 가기 전에 ‘조정소위원회’를 거치게 해 건정심 이전에 가입자 측을 한번 더 설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은 의료계가 향후 논의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의료계의 입김이 높아질수록 수가 인상폭은 예상보다 커질 것이고 이는 곧 건보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씨는 여전히
 향후 정부와 의사협회가 협의안을 가지고 협의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부딪힐 소지는 매우 높아 보인다. 건정심 공익위원의 정의를 두고도 의-정 협의안이 발표된 날부터 해석이 차이가 발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복지부는 공익위원을 정부(복지부, 기재부) 2명과 건보공단, 심평원 각 1명을 제외한 추천인사 4명에 대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반면(물론 공단, 심평원 2명은 가입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가변적인 입장을 취했고 있지만..), 의협측은 정부측 8명 모두 가입자와 공급자 대표가 절반씩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협은 이번 회원투표에 대해 ‘철회가 아닌 유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정부의 합의 이행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휴진을 강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일단 시한을 못박은 원격진료가 9월이면 시범실시가 끝난다. 국민을 볼모로 하는 집단휴진 등 파행은 가을부터는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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