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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김용택, "스마트폰만 쳐다보니 봄이 안 보이는 것"

김용택 시인

절기상으로 어느덧 춘분이 다가와 봄 한가운데 들었습니다.
춘분이 오면 낮과 밤이 같아지고
천지를 녹이는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고 하죠.
때마침 서울에도 산수유가 노랗게 꽃망울을 머금었구요.
양지 바른 울타리에는 개나리가 꽃잎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춘 / 분!!! 이젠 정말 지난겨울의 해묵은 먼지들,
다 털어 버리고 희망의 새봄을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봄기운이 더욱 완연한 남쪽 지방은 지금,
앞다퉈 피어오른 봄꽃들 향연으로 난리통이라고 합니다.
잠시 저 멀리 섬진강으로 달려가서
완연한 봄기운, 미리 한번 만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섬진강 시인이시죠? 김용택 시인, 만나보겠습니다.

▶ 김용택 시인: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섬진강 쪽 봄꽃들 엄청나다면서요?

▶ 김용택 시인:
사람들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그, 와서 보지 않으면 그 엄청난 게 어떤 건지 잘 몰라요. 섬진강 구례에서부터 하동까지 안쪽 골짜기가 온통 매화꽃으로 가득 찼어요. 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니까, 와서 봐야한당게.

▷ 한수진/사회자:
말씀만 들어도 엄청날 것 같은데요.

▶ 김용택 시인:
이 골짜기 자체가 매화꽃이 뚜렷하지 않거든요, 꽃빛이. 골짜기 자체가 시원해요, 눈이 아스라이 쌓인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매화꽃이 있고 또 어떤 꽃 있어요.

▶ 김용택 시인:
산수유 꽃이 피었고, 구례 산동에는 하동쪽 섬진강 변에는 매화꽃이 만발해있죠.

▷ 한수진/사회자:
개나리, 진달래 이런 꽃들도.

▶ 김용택 시인:
개나리도 피고 진달래도 피고, 진달래도 양지쪽에 펴있더라고요, 보니까. 활짝 핀 벚꽃나무도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이렇게 봄꽃들이 보통 순서가 있는 거죠? 순서 정해놓고 차례차례 피죠?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이제 날씨가 봄날이라는 게 추웠다가 꽃샘추위가 왔다가 따뜻했다가 봄바람이 불었다가 쌀쌀했다가 이랬다가 꽃들이 차례차례 순서에 따라서 피는데 요새는 기후가 변하고 지구온난화여서 그런지 어떤지 꽃들이 한꺼번에 활짝펴서요. 조금 있으면 일주일 있으면 벚꽃이 필거거든요, 남쪽에는. 그러면 매화꽃, 벚꽃, 산수유 꽃, 참벚꽃이 함께 펴 있어요, 진달래, 개나리가.

▷ 한수진/사회자:
일주일 확 폈다가 그만큼 더 빨리 지겠네요?

▶ 김용택 시인:
아침에 봤던 산 벚꽃이 저녁에 보면 꽃잎이 다 떨어진 그런 나무들이 보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꽃이 피어서 1주일쯤 가는데, 꽃이 피어서 2~3일 쯤 가면 꽃이 다 지는 거죠, 벌써.

▷ 한수진/사회자:
사실 도시에서 살다보면 말이죠, 선생님. 언제 꽃이 피는지 언제 꽃이 지는지 다 놓치고 살기 쉽잖아요.

▶ 김용택 시인:
아니에요, 사람들이 안 보니까 그래요. 도시, 서울에도 보면 꽃이 많이 피잖아요. 개나리가 얼마나 산에 많이 펴. 어떤 산에 보니까 노랗게 개나리가 해마다 피드만. 마을, 집, 동네, 작은 동네, 개인 주택들 있잖아요. 이런 집속에서도 꽃들이 굉장히 많이 펴요, 산수유도 피고 목련도 피고 많이 펴요. 공원에서 꽃들이 많이 피고, 한강 지나서 예쁜, 한강 변에 보면 버드나무 잎사귀가 아주 연두색으로 예쁘게 펴서 바람에 하늘거리잖아요. 사람들이 안 볼 뿐이여, 안 봐.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꽃도 한 번 보고 살고 나무도 한 번 올려다 보고살고 그래야 되는 거죠.

▶ 김용택 시인:
그러니까 한강물도 쳐다보고, 한강물이 얼마나 반짝, 봄빛에 반짝이는 것도 보고 출렁이는 것도 보고 그래야 한강이 행복해보이지(웃음), 다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다고.

▷ 한수진/사회자:
다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웃음)

▶ 김용택 시인:
그러니까 한강이 외로워. 남산이 외로워, 봐줘야 되는데 안 봐주니까.

▷ 한수진/사회자:
어제는 특히 스마트폰 쳐다보신 분 많았어요, 먹통이 되는 바람에 말이죠.

▶ 김용택 시인:
제 것도 이게 지금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었네요, 그래서 지금, 안사람 전화번호를 어떻게 찾아서 전화하셨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저희는 꽃 이야기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선생님은 봄을 맞는 감회가 어떠세요?

▶ 김용택 시인:
봄을 보면 그냥 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겨울이 지나서 이렇게 봄 햇살이 비추고 땅에 쑥들이, 풀들이 돋아나고, 그러면 갑자기 제 마음 속에 숨어있는 잠재되어 있는 정서가 깨어나요. 자연산천과 내 마음이 함께 깨어나서 저는 봄에 시를 많이 써요. 굉장히 마음이 많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막 좀 설레고 그러시는 모양이에요.

▶ 김용택 시인:
설레고 바빠요(웃음). 꽃을 따라 다니다보니 바쁜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시도 있잖아요, 왜 <봄날>이라는 시.
‘나 찾다가/텃밭에/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 김용택 시인:
아침부터 이상한 시를 읽네(웃음)

▷ 한수진/사회자:
(웃음) 아니 일하다가 호미만 달랑 텃밭에 남겨두고 봄바람 잡아서 꽃구경 가시는 거잖아요, 이게.

▶ 김용택 시인:
저희 집에 매화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시골에. 어느 날 시골에서 매화나무 밑에서 일하다가 예쁜 여자들이 몇 명이 찾아오셨어요. 그래서 애라 모르겠다, 호미 던져놓고 그냥 섬진강 물을 따라서 매화꽃을 구경한 적이 있죠.

▷ 한수진/사회자:
아 이거 진짜 선생님 이야기군요.

▶ 김용택 시인:
제 이야기에요. 예쁜 여자가 봄에 꽃 필 때 찾아오면 아무것도 싫잖아요, 같이 가고 싶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봄날엔 그러고 싶죠.

▶ 김용택 시인: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근데 선생님 그 시도 있잖아요. 동백꽃, <선운사 동백꽃>, 그것도 선생님 이야기죠?

▶ 김용택 시인:
선운사에 지금 동백꽃이 피었을 때죠.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그 시 좀 낭송해주시면 안 돼요?

▶ 김용택 시인:
아침부터 여자한테 버림받는 시를 읽는 건 이상한데(웃음), 하여튼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지음.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 한수진/사회자:
야, 선생님이 직접 낭송해주시니까 정말 좋네요.

▶ 김용택 시인:
잘 모르겠네요(웃음).

▷ 한수진/사회자:
근데 이렇게 다 큰 남자가 여자에게 차이고 나서 꽃 보고도 울 수 있네요(웃음).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사랑이란 언제 나이가 들든, 어리든, 젊든,
사랑하는 마음은 처음이기 때문에 이렇게 울음이 있죠, 슬픔이 있고 그리움이 있죠.

▷ 한수진/사회자:
아직도 이런 마음이 여전히 마음속에 많이 가득하신가봐요.

▶ 김용택 시인:
누구나 다 그러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럴까요.

▶ 김용택 시인:
이 꽃 피는 시절에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기다려보세요.

▷ 한수진/사회자:
너무 바빠서 그런가요, 이런 마음들 다 미루어두고 사시는 것 같아요.

▶ 김용택 시인:
그러면 안 된다니까, 뭐 때문에 바빠, 바쁜지 모르겠어. 왜 바쁜지도 모르고 바쁘다니까.

▷ 한수진/사회자:
지난겨울도 저희가 참 힘들게, 힘들게 잘 보냈는데 말이죠. 이 봄을 그야말로 찬란하게 잘 맞아야 할 텐데, 선생님 이 봄에 좋은 말씀 한 말씀 주신다면요. 어떤 말씀주시고 싶으세요?

▶ 김용택 시인:
글쎄 우리가 뭐, 제가 그런 많은 분들한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우리가 너무 경제에, 이렇게, 물론 잘 살아야 하겠지만 너무 경제, 경제 하다보니까 경제, 돈에 사람이 구속이 되고 소외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세상이 요즘 세상 같아요.
잘 살고 그런 것도 좋지만 잘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가, 정말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우리들 공동체가 정말 안전한가, 내 이웃과 내가 안전한가, 이런 어떤 근본적인 질문, 인간다운 질문을 한 번씩 해보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죠, 저는.

▷ 한수진/사회자:
좋은 말씀이네요. 정말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정말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잖아요, 자꾸 돈만 벌다보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런 질문을 저희가 마음속에 품어보는 그런 아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용택 시인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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