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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뜸들이는 김여정 공개

[취재파일] 北, 뜸들이는 김여정 공개
  김정은 제1비서의 여동생 김여정이 9일 처음으로 공식 호명됐다. 김정은 제1비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 동정을 전하는 내용에서다. 북한 매체들은 김여정을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며 김경옥, 황병서 부부장에 이어 호명했다. 때문에 김여정은 우리의 차관급인 당 부부장급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의 투표 동정을 다룬 9일 보도와 10일 기록영화에서 김여정이 김정은의 뒤를 따라 수행하는 장면과 투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17일 김여정의 이름은 다시 한번 공식매체에 등장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행사에서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수행자 명단을 전하면서 황병서, 홍영칠, 마원춘 부부장 다음으로 김여정을 호명했다.

  그런데,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한 이번 보도에서는 김여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조선중앙TV는 17일 20장의 사진과 함께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관람 소식을 보도했지만, 20장의 사진 어디에도 김여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9일 방송된 녹화실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중앙TV는 19일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관람 소식을 ‘실황녹화-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모시고 진행한 모란봉악단 공연’이라는 동영상으로 방송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도 김여정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특히, 19일 방송된 ‘실황녹화’ 프로그램에서는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김여정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만한 대목이 있었다.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김정은의 등장과 퇴장 장면을 화면에 보여주는 것은 방송편집의 기본인데, ‘실황녹화’ 프로그램에서는 김정은의 등장과 퇴장 장면이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김정은의 등장시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관중석의 모습은 방영됐지만, 정작 김정은의 모습은 좌석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방송됐다. 김정은의 퇴장 때에도 관중석의 환호만 방송됐을 뿐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김정은의 모습은 방송되지 않았다.

  북한은 왜 김정은의 등장과 퇴장 장면을 내보내지 않았을까? 화면에서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김정은이 행사장에 등장하거나 퇴장할 때 주요 수행인물들이 뒤따르는 것이 관례인 만큼, 북한으로서는 수행인물에 포함된 김여정이 화면에 나와 외부의 주목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수 있다.

김여정 연합500


북, 김여정 등장 속도 ‘수위조절’?

  북한이 김여정의 이름을 공식 호명함으로써 김여정이 권력 전면에 등장할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음에도 김여정의 등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성택이 처형되고 김경희마저 사실상 권력 전면에서 물러나 김정은 제1비서의 원로 후견인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측근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불과 27살에 불과한 여동생이라는 사실이 주는 부담 때문인지 모른다. 북한으로서는 이제 30살인 최고지도자와 27살인 여동생이 주도하는 권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갈 것인 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계기로 김여정의 존재를 공식화하면서도 대의원 명단에 김여정의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김여정이 이미 김정은의 주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여정의 권력이 공식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지만, 김여정을 어떤 속도로 권력의 전면에 등장시킬 지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의 고민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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