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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③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 만드는 보물

[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③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 만드는 보물
SBS는 최근 꿈의 에너지, 지구상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현장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케이스타)와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을 찾아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을 살펴보고, 연속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 기사 순서 *
1. 핵융합 발전…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3월 18일)
2. 핵융합이란? "1억 도 가열해 100℃ 물 끓이기" (3월 19일)
3.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으로 만드는 보물 (3월 20일)
4. 영화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5.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오늘은 수소 얘기입니다. 핵융합에 왜 하필 수소를 쓸까요. 핵융합은 플라즈마(고체, 액체, 기체도 아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기가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전자가 하나뿐이니까요. 하나만 떨어트리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봤던 주기율표에서, 수소 다음 순서인 헬륨 원소부터는 떨어트려야 하는 전자가 하나씩 늘어납니다. 설령 전자 일부를 떨어트려도 원자핵(+)끼리의 반발력이 수소보다 더 큽니다. 반발력이 크니까 합치기 힘듭니다. 합치기 힘들다는 건, 핵융합이 힘들다는 뜻입니다.

핵융합에 수소가 딱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수소는 핵융합이 일어날 때 잃어버리는 질량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E=mc²이라고 알려줬듯이, 에너지(e)는 질량(m)입니다. 아주 조금의 질량만 잃어버려도, 거기에다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해버리니 엄청난 에너지가 나옵니다. 수소의 핵융합 때 잃어버리는 질량이 크다는 건 핵융합의 결과 방출되는 에너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수소폭탄의 강력한 폭발력이 거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태양 속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주인공도 물론 수소입니다. 수소는 이래저래 핵융합에 최적화된 원소입니다.

실제 핵융합에 쓰는 건 수소의 형제들입니다. 일단 중수소. 중수소는 수소(양성자)에 중성자가 하나 붙어있는 걸 말합니다. 별로 비싸지 않습니다. 지금 KSTAR는 중수소만 씁니다. 중수소를 초고온으로 가열해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고 효율적인 핵융합이 가능한 이른바 ‘H모드’를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물론 핵융합 반응도 일부 일어나긴 합니다만,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 KSTAR 장치의 주목적은 아닙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KSTAR에서 약간의 중성자가 나오기 때문에 중수소의 핵융합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수소와 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은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납니다. 핵융합이 잘 되려면 삼중수소가 등장해야 합니다.

삼중수소, 수소의 또 다른 형제입니다. 이건 중성자가 두 개 붙어 있습니다. 중수소와 달리 방사성 물질입니다. 반감기는 12.3년이어서 가만히 두면 12년마다 절반씩 줄어듭니다.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우리 KSTAR와 달리 삼중수소도 씁니다. 왜냐하면 실제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건 중수소끼리는 핵융합이 적게 일어나고, 삼중수소끼리는 아예 안 되고, 꼭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같이 섞어줘야 핵융합이 가장 쉽게, 잘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둘이 약 1021번 정도 충돌하면 확률적으로 1번의 핵융합이 일어납니다. 이 숫자는 측정 결과에서 나온 거의 불변하는 수치, 즉 상수와 같은 개념입니다. 그러니 핵융합 한 번 일으키려면 얼마나 많은 수소 플라즈마끼리 부딪쳐야 할까요.

취파

    *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프랑스 카다라쉬

이제 삼중수소 가격 얘기입니다. 삼중수소를 만들 수 있다면 왜 로또일까요. 핵융합을 위해서는 이렇게 꼭 필요한 물질인데 만드는 방법이 값비싸기 때문입니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무한정 얻을 수 있습니다.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원심분리기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정반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부산물로 삼중수소가 나오는데, 1년에 겨우 700~800g만 나옵니다. 가격이 1g에 무려 12만 달러! 1억 원이 넘습니다. 지금 시세로 금이 1g에 5만 원이 안 되니까, 금값을 순식간에 껌값으로 만드는 게 삼중수소입니다. 월성 원전의 그 비싼 삼중수소는 핵융합 연료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못 팔면 시간이 지날수록 반감기에 따라 사라져가기만 할 겁니다.

우리나라도 참여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이터가 완공되면 이 비싼 삼중수소를 마구 먹어치울 것입니다. ITER는 핵융합 발전소를 진짜로 짓는 것이 가능한가를 검증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삼중수소 아까워할 상황이 안 됩니다. 누가 돈을 대느냐가 문제일 텐데, 과학자들은 또 한 번의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장치가 가동하면서 스스로 삼중수소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입니다. 발전소가 자체 연료를 생산한다? 이건 화력 발전소가 발전과 동시에 석탄을 만든다는 황당한 얘기와 똑같습니다. 수력 발전소가 발전과 동시에 비를 내리게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핵융합의 기술적 난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4편에서 이어집니다)

(감수: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이현곤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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