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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햄버거 먹는 김황식 VS 축구하는 정몽준

'이미지'도 전략…무리한 기획으로 역효과도

[취재파일] 햄버거 먹는 김황식 VS 축구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나선 김황식 전 총리가 19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햄버거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하며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립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면서 큰 햄버거를 베어무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습니다. 포털에는 햄버거를 베어무는 김 전 총리의 사진이 여럿 실렸습니다. '햄버거를 먹는 전직 국무총리' 모습으로 김 전 총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새롭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를 기대한 설정이었습니다.

간담회 말미에는 기자들의 질문만 받던 김 전 총리가 거꾸로, 자신의 취재를 전담하는 한 언론사 기자를 지목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000 기자가 나를 (취재하느라) 괴롭히는 과정에서 0기자에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0기자도 저하고 정이 들었습니까?" 이 또한 캠프가 행사를 기획하면서 미리 준비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김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뭔가 '색다르게'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4월30일로 확정되고 본격적인 경선전이 진행되면서 후보들간의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 한창입니다. 어떤 모습으로 비치느냐가 표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전 총리는 경선 빅3 가운데 1948년생으로 나이가 가장 많습니다. 정몽준 의원과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나이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선에 뒤늦게 뛰어든 데다 지지율이 뒤쳐지고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햄버거 간담회도 그런 기획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몽준 의원은 주말에 지역 조기축구회나 등산 모임을 곧잘 찾습니다. 함께 운동하거나 등산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보도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의 2002년 월드컵 향수를 되살리고, 역동적인 이미지,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 의원이 즐겨입는 낡은 빨간색 점퍼에도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낡은 점퍼로 재벌 이미지를 상쇄하고, 친근한 서민 이미지를 주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정 의원은 "한 10년 전 은행 행사장에서 얻어 입은 것인데 '사랑의 열매' 마크도 있고, 마음에 들어서 입고 다닌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몽준
그러나 이런 기획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역효과만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가 출마를 공식 선언하던 지난 16일 새누리당 당사에 외국인 기자 5명이 찾아왔습니다. 캠프 관계자는 "외신기자들이 시장 선거에 관심이 있어 일정을 외신기자 클럽에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통역 없이 김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 말을 알아듣지 못한 외신기자들은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기야 질문을 한 독일 DPA 통신 기자도 "통역이 없어 선언식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혀 몰라 유감"이라며 질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외신기자들도 관심을 갖는 중대한 자리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이미지는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가 흘린 '눈물'의 파괴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괴한의 습격을 받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은 보수 표 집결의 일등공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명지대 정진민 교수는 "미디어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사진, 영상 같은 이미지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도 "이미지는 실제 모습이 아닌 만들어진 모습일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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