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들이 5년간 1천8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사기대출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금융권의 부실한 대출 관리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오늘(17일) 경찰에 따르면 사기대출에 이용된 KT ENS의 허위 매출채권을 발급하는 데 사용된 법인 인감도장은 아르바이트생이 보관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기 대출에 KT ENS 협력업체들이 KT ENS에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단말기와 내비게이션에 대한 허위 매출채권 양도 승낙서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이용됐습니다.
이 문서에는 KT ENS의 법인 인감도장이 이용됐는데, 부정 대출을 도운 KT ENS 김모(51.구속) 부장은 이 도장을 관리자의 감시가 소홀한 점심때 등을 이용해 몰래 꺼내 서류 위조에 사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는 KT ENS 측이 "인감 도장은 금고에 넣고 점심때나 퇴근할 때도 금고 열쇠를 집에 가져가는 등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KT ENS 인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돼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T ENS 인감은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관리하기도 했으며 관리자 서랍이나 책상 위에 놓아두면 필요한 직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융기관들은 대기업인 KT의 자회사인 KT ENS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승낙서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T ENS 협력업체들이 허위 매출채권으로 담보 대출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서류는 이들 업체가 낸 허위 세금계산서였지만 진위를 제대로 확인한 은행은 없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세금계산서에 1회 매출액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까지 찍혀 있고 이와 같은 세금계산서 수백장이 제출됐지만 금융기관들은 이 계산서가 세무서에 신고됐는지, 세금계산서 내용과 같이 실제 매출이 있었는지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휴대전화 주변기기만 만들어 유통해 온 KT ENS 협력업체들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납품했다고 속이고 사기대출을 벌였지만, 이를 의심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줘 사기 대출을 도와준 KT ENS 김 부장의 소속도 휴대전화 단말기를 취급하는 부서가 아니었습니다.
KT ENS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취급하는 부서는 모바일 사업팀이었지만 김 부장은 시스템영업개발부였고, 김 부장이 위조한 서류는 KT ENS 내부 서류와 형식이 달랐지만 역시 이를 의심한 금융기관은 없었습니다.
사기대출의 공범인 KT ENS 김 부장은 당초 협력업체들이 은행에 낸 세금계산서가 부풀려진 사실을 적발하면서 이들과 연결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7년 중순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가 휴대전화 주변기기를 납품하고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의 납품 단가가 부풀려진 사실을 김 부장이 알아챈 것입니다.
김 부장이 항의하자 중앙티앤씨는 오히려 김 부장에게 돈으로 접근해 포섭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 부장은 2007년 8월부터 12월까지 4천600만원을 받고 세금계산서가 날조된 사실을 눈감아줬고, 이들과 이후 유착 관계를 맺게 된 김 부장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들과 짜고 사상 최대 사기 대출 사건을 함께 연출해 쇠고랑을 차게 됐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총체적 부실 KT ENS…아르바이트생이 '법인 인감'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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