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합병수순을 밟고 있는 러시아를 겨냥해 미국과 서방이 강·온 양면의 대응전략을 펴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방위적 제재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늘어놓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외교적 출구'를 찾도록 유도하는 형국이다.
제재 일변도의 물리적 강공(强功)만으로는 러시아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힘들데다 자칫 내전의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의 '온도'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미·서방 전열정비…단계적 압박수위 높일듯
우크라이나 사태초기 만해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수순이 가시화되자 전례없이 강경한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상·하원이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시리아 사태과정에서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8일(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과 접촉해보면 시리아 때와는 분위기가 딴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기조가 무조건적 '압박 일변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고강도 제재를 가해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전략적 핵심이익'으로 간주할 경우 이를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자칫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상황을 봐가며 제재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시나리오별로 제재의 강도와 수준을 다르게 정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날 러시아측 인사 32명(미국 11명, EU 21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자산동결과 여행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취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정개인과 단체에 대한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는 초보적인 '저강도 제재'로 평가되고 있다.
서방언론에서 "이빨 빠진 제재"라는 비판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장 핵심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금융제재와 군사적 응징은 '다음 카드'로 미뤄놓은 상태다.
미국이 서방을 상징하는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제안한 것은 바로 '전열'을 정비하고 대응의 주파수를 맞추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러시아, 공식합병 저지가 목표"…출구전략 유도할 듯
미국과 서방이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목표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가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하되 크림자치공화국과의 공식 합병을 저지하는게 현실적인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하려는 크림자치공화국의 '자치 수위'를 높이면서 러시아의 '권역'임을 인정해주되 공식 합병은 막자는게 미국의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이 현실적으로 러시아의 패권확장 기도를 물리적으로 제어할 '힘'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역시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합병을 결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서방의 향후 제재수위와 강도는 이 같은 현실적 목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를 중심으로 제재의 수위를 높여나가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저강도 제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핵안보정상회의때 러시아 '왕따' 전략
다음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무대에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양자 또는 다자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러시아를 비난 또는 성토할 것이라는 관망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군'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도 만나며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를 편들면서도 교묘한 양비론을 펴며 외교적 실리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교적 압박이 푸틴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수준으로 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푸틴이 스스로 크림반도에 대해 적절한 양보를 꾀하며 '출구전략'을 찾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외교적 고립과 제재국면을 감내하면서까지 크림반도 합병을 추진하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러시아로서도 계속 이대로 가기는 쉽지 않다"며 "다소 시건이 걸리겠지만 일종의 '페이스 세이빙(체면을 세우는)' 과정을 거치며 외교적 출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이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에 대한 최종 서명과정에서 적절한 형태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기대'일 뿐이고 현지 중앙정부와 분리주의 세력간의 불안한 긴장상태를 감안하면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를 둘러싼 정정은 여전히 '화약고'와 같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연합뉴스)
미·서방, 푸틴에 '외교적 출구' 압박
강·온 양면전략…단게별로 제재 강도·수위 높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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