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① 핵융합 발전…인공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취재파일] 핵융합 연속기획①  핵융합 발전…인공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SBS는 최근 꿈의 에너지, 지구상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현장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케이스타)와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을 찾아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을 살펴봤습니다. 앞으로 5차례에 걸쳐 어렵게만 느껴지는 핵융합 에너지를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 기사 순서 *
1. 핵융합 발전…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3월 18일)
2. 1억 도로 가열해 100℃ 물 끓인다
3.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으로 만드는 보물
4. 영화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5.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지구에 띄우는 태양, 그 태양은 어디에 뜰까요. 프랑스에 뜹니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는 인공 태양을 띄우기 위해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이터]입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지하 2층에 빽빽하게 철근을 심어놓은 상태고 곧 콘크리트를 부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철근은 방사형으로 설치했습니다. 핵융합로가 도넛처럼 생겨서 그 무게를 효율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 공사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미국과 중국, EU, 러시아, 인도,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 장치들이 거둔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가 ITER입니다. 2020년 완공 목표입니다.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구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핵융합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자며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핵융합 수소폭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 겁니다. 1988년 ITER 사업이 출범했고, 우리나라는 2003년 6월 노무현 정부 때 동참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30여 명의 우리 연구진이 ITER 국제기구에 파견돼 있습니다.

핵융합 리사이징
                        *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사 현장/ 프랑스 카다라쉬

우리나라에도 인공 태양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 장치가 있습니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입니다. [케이스타]라고 읽습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열한시’에 등장하기도 한 장치입니다. 여기서는 핵융합 발전이 정말 가능할까에 대한 기본적인 선행 연구를 합니다. 핵융합을 하려면 수소가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데, 이 플라즈마가 참 요물처럼 불안정해서, 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연구하는 것입니다. KSTAR 건설 사업은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돼 2007년에 끝났습니다. 11년 8개월 걸렸습니다. 그동안 쌓은 핵융합 기술력이 ITER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습니다.

플라즈마가 불안정한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얼음이 에너지를 얻으면 물이 되고, 물은 수증기가 됩니다. 이렇게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그 다음에 기체에서 ‘플라즈마’가 되는 것입니다. 플라즈마는 어떤 물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존재 상태를 뜻합니다. 기체에 고온의 에너지를 주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데 이게 플라즈마입니다. 과학자들은 핵융합의 원료인 수소를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고 말합니다.

플라즈마를 조금 더 얘기하려고 합니다. 이거 어렵게 들리겠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번개가 칠 때 그 스파크의 경로는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합니다. 네온사인 안에 들어있는 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형광등 속 수은 기체도 그렇습니다. 또 태양, 에너지의 뿌리인 태양의 속살도 플라즈마 상태입니다. 수소와 수소가 결합해 헬륨이 되고, 그때 에너지를 내놓습니다. 덕분에 저도 살고, 여러분도 삽니다. 핵융합 연구를 ‘인공 태양’ 연구라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플라즈마는 어떤 상태를 뜻하는 것이고, 그게 어떤 온도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대략 10,0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플라즈마 상태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온 플라즈마도 있고, 고온 플라즈마도 있습니다. 저온 플라즈마는 산업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저온과 고온의 기준은 딱히 없습니다만, 아무튼 플라즈마의 온도가 엄청 올라가면 어느 순간부터 원자핵과 원자핵이 하나로 융합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KSTAR의 경우 플라즈마 온도가 수천만 도에 달합니다. 여기서도 핵융합이 조금 일어납니다. 이러한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만들 수 없을까? 라는 게 핵융합 발전의 기본 구상입니다.

핵융합 발전, 정말 실현 가능할까요. 앞서 설명한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입니다. 과학자들은 초고온의 플라즈마에서 허리케인보다 복잡한,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 일어난다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그것만 해결하면 고성능을 낼 수 있는 플라즈마의 상태, 이른바 'H모드'의 유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갈 수 있습니다. 아래 보이는 거대한 장치 KSTAR의 진공용기는 꼭 도넛 모양처럼 생겼는데, 그걸 토카막이라고 부릅니다. 토카막 안에 고온의 플라즈마를 최대한 오랫동안 가두는 게 연구진의 목표입니다.
핵융합 리사이징
                                           * KSTAR/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는 2008년 처음으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처음으로 H모드를 1초 유지했고, 시간을 조금씩 늘려 지난해 2013년에는 H모드를 20초 동안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현재로서는 적어도 20초만큼 인공태양을 띄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셈입니다. 물론 20초 운전하고 꺼지는 발전소는 지을 수 없겠죠. 그래서 최종 목표를 300초, 5분으로 잡고 있습니다. 300초만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면, 1년 내내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플라즈마 길들이기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감수: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이현곤 기술본부장)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