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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라망신' 원자력방호방재법에 도대체 무슨 일이

[취재파일] '나라망신' 원자력방호방재법에 도대체 무슨 일이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4.03.17 17:55 수정 2014.03.17 18: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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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적 결례를 무릅쓴 국회의장의 출장 취소

국회의장의 해외 출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가는 거기 때문에 적어도 상대 국가에는 대단한 의미를 가집니다. 일정이 취소되기라도 하면 외교적인 결례가 되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바꾸지 않는 게 관례입니다. 그런데 강창희 국회의장이 18일로 예정됐던 아세안 주요 국가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주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 법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결국 국회의장이 외교적인 결례를 범하더라도 법안 처리를 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거 같습니다.

일은 속전속결로 전개됐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오늘 강창희 국회의장을 급히 방문해 원자력방호방재법 통과를 당부했고, 강 의장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서 법안 처리를 부탁했습니다. 단 한 개의 법 때문에 '원 포인트' 국회가 열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으로 국회 일정 합의에는 실패했습니다. 워낙 입장차이가 컸기 때문인데, 법 하나 때문에 전광석화처럼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 보기 드문 일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나라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원자력방호방재법에 대해서는 제가 이틀 전 썼던 취재파일을 한번 보시면 참고가 될 거 같습니다.)
▶[취재파일] '원자력방호방재법' 통과 안 된 게 나라 망신?        

      
■ ‘원자력방호방재법’ 너 중점 처리 법안 맞아?

9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말, 새누리당 의원 50여 명이 경기도 하남의 산업은행연수원에 모여 이번 국회에 꼭 처리할 법안을 선정했습니다. 여기서 국회를 앞두고 중점 처리 법안을 111건을 선정했습니다. 원자력방호방재법이 계류돼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꼭 처리해야할 법 8개를 정리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자료를 보니 우선 처리 법안 1번은 단통법이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주개발 진흥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법 등이 뒤 따르는데, 어찌된 일인지 원자력방호방재법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원자력 방호방재법이 2012년 8월에 제출됐으니까 정말 중요한 법이었다면 새누리당에서도 부처의 설명을 듣고 중점 추진 법안으로 올렸어야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 미래부 장관과 원안위원장 국회 방문 횟수 비교해보니

담당 부처의 장이 국회를 방문한 횟수를 비교 해봐도 중점 처리 법안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중요하다고 설명한 적이 없다고 하니까, 원자역안전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설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2월 12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다섯 차례 국회를 찾았다는 겁니다. 한선교 미방위원장, 미방위 여야 간사인 조해진, 유승희 의원을 만났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방위에서 중점 통과 법안 1위인 단통법과 비교해보면 현격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1월 13일부터 12차례에 걸쳐 국회를 찾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여야 원내대표는 물론 미방위원장, 미방위 간사, 소속 국회의원 등 다양했습니다. 면담은 물론 점심, 저녁 식사 약속까지 잡아 법안 통과를 부탁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법안의 담당 부처의 절박함도 차이가 났던 겁니다.

■ “이제 그만 와라” 면박 받았던 단통법 담당 실무자

장관들의 국회 방문 횟수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 말고도 실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단통법을 통과하기 위해서 미래부는 차관은 물론 실국장, 담당 과장까지 전방위로 국회에 법안 설명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 만나기가 어려워 본회의가 열리는 날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화장실까지 쫓아가며 설명하는 건 물론, 담당 실무자들은 국회를 하도 많이 찾아다녀 “이제 그만 와라”는 면박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때문에 적어도 여야 미방위원들은 법안의 특징에 대해서 대부분 숙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방호방재법은 상황이 다릅니다. 법안에 대해서 전혀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얘기는 여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단통법은 제일 먼저 심사한 반면 원자력방호방재법은 중반 이후에 별 토론 없이 넘어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견이 없었던 만큼 존재감도 없었던 겁니다.

■ ‘중요 법안’ 설명 없었던 이유 따져봐야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기 전에 원자력방호방재법이 통과된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안됐다고 해서 나라망신인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원자력 관련 국제 협약의 비준을 끝내고 가는 것은 전임 개최국으로서 책임 있는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 중요한 법안에 대한 설명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관련 부처는 왜 그동안 설명을 제대로 안했는지, 청와대 실무부서는 대통령 순방 전에 왜 미리 법안 통과를 당부하지 않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여야 누가 더 잘하고 잘못했나를 떠나서, 중요한 정책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국가의 기능에 혹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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