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성안심택배', 서울시가 내놓은 여성을 위한 대표적인 공공서비스입니다. 안전한 장소에 무인 택배함을 설치해 여성들이 택배기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24시간 편리하게 택배를 찾을 수 있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최효안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녁 8시, 여성안심택배함이 있는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어쩔 줄 몰라하며 서성입니다.
택배함은 건물 안에 있는데 출입구는 이미 닫혀 있고, 문이 잠겼을 때 연락하라는 비상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여성안심택배' 이용 여성시민 : (여성 안심택배는) 퇴근을 하고 혼자 사는 직장여성을 위해 만들어놨다는데. (건물) 안에다 설치해놓고 열어주지도 않고. 어디든 항의하고 싶은데 어디에 항의 해야 될지. 진짜 짜증나요.]
양천구의 한 주민센터 안에 있는 이 여성안심택배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밤 10시가 지나면 후문까지 닫혀 물건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서울시내 전체 여성안심택배함 쉰 곳 가운데 취재진이 확인한 5곳 모두 밤에는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 여성들이 퇴근 뒤 안심하고 택배를 찾을 수 있도록 24시간 365일 이용 가능하게 운영된다는 서울시의 홍보와는 딴판인 겁니다.
'여성 안심'은 커녕 안심이 안 되는 위험한 곳에 설치된 택배함도 있습니다.
강서구의 한 여성안심택배함을 찾아갔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대로변에서, 술집이 즐비한 유흥가를 지나야만 겨우 나타납니다.
어렵사리 찾은 여성안심택배함은 공용주차장의 한 켠, 후미지고 으슥한 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택배함이 있는 건물 내부는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깜깜했습니다.
더구나 택배함이 있는 곳 바로 옆에는 남자화장실까지 있어 여성 이용자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최해니/대학생 : 말이 여성전용이지 여성을 위한 배려는 전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성을 위해 만들었다는 여성 안심 택배함들이 오히려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VJ : 김준호, 영상편집 : 이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