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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7만 원짜리 싸움 도구'…불붙은 정치권 현수막 전쟁

[취재파일] '7만 원짜리 싸움 도구'…불붙은 정치권 현수막 전쟁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4.03.16 14: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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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7만 원짜리 싸움 도구…불붙은 정치권 현수막 전쟁
 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는 것 같이 정치권에서 선거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정치 현수막입니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사거리면 정치 현수막은 어김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임박할수록 현수막을 통해 정치적 현안을 설명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당의 당연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초연금 관련 법안 처리가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들면서, 여야는 더 자극적이고 수위를 넘는 문구의  현수막 전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현수막 전쟁 내용이 뭐기에
새누리 민주 현수막민주당이 내건 한 현수막이 여당을 벌집 쑤셔놓듯 자극했습니다. 전국에 걸린 현수막 내용은 이렇습니다. '조금 드리려고 거짓말 한 새누리당, 많이 드리려고 싸우고 있는 민주당' 다소 긴 문구라서 언뜻 보면 잘 내용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여당은 분노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겁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만 탐하는 민주당의 싸움 정치, 갈등조장 정치의 증거가 이 현수막입니다. 민주당은 빨리 이 현수막을 걷어내려야 합니다."

민주당은 현수막 내용은 진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11일, 현안 브리핑)
"현수막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은 새누리당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 민주 현수막선관위가 재빠르게 나섰습니다. 선거 180일 전부터는 다른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법 조항을 들어 민주당에 자진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민주당이 선관위에 자진철거 명령을 받기는 했지만, 싸움의 시작은 새누리당 쪽이었습니다. '기초연금 시간 끌기 NO! 어르신들 하루가 급합니다'라는 현수막으로 기초연금법 무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에둘러서 표현했습니다.

'싸움의 도구'로 애용되는 정치현수막 그 이유는

현수막 전쟁에 열을 올리는 여야의 속내가 궁금했습니다. 담당 실무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현수막은 가장 효율적인 싸움의 도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제작하는 현수막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게 가격이 7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싼 가격에 제작이 가능하고, 중앙당에서 오늘 오후에 문구를 내려 보내면, 재빠른 지역은 다음날 바로 현수막을 제작해 내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현수막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실무자들은 말합니다. 신문이나 방송 광고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한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현수막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노출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문구가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반응도 격렬해서 수위가 높은 현수막이 걸리면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전화가 바로 걸려올 정도라고 합니다. 게다가 선관위가 현수막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현수막은 철거당하면 그만입니다. 싼 가격에 싸움을 거는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에게 더 아프고 더 자극적인 현수막이 판을 치게 되는 겁니다.

현수막에 등장한 기초연금, 결국 선거에 활용되나

선거를 위해 제작된 자극적인 정치현수막에 기초연금이 등장했다는 거는 기초연금이 결국 선거에 활용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기초연금법 처리가 지연되는 것이 스스로는 물론 상대방에게 얼마나 불리한 것인지도 정치권에서는 주판알 튀기느라 분주합니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에게 더 불리하다는 견적이 나온다면 지금이라도 타협을 하겠지만,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 느긋합니다. 서로에게 입히는 상처가 상대방이 더 크다는 계산 때문입니다. 일단 끌어볼 때까지 끌어서 선거 국면에 카드로 쓰겠다는 심산입니다.

결국 이 와중에 골병이 드는 건 당장 7월 달부터 기초연금을 지급받아야 할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들입니다. 이미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3월 10일을 넘겨버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생활자금이 될 기초연금이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제때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정말 지급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그분들의 분노를 정치권이 어떻게 감당할지, 선거를 앞둔 현수막 비방전에 등장한 기초연금을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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