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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수도 심페로폴, 주민투표 앞두고 '폭풍 전야'

붉은 완장 찬 자경단들…도로엔 러시아 트럭들 오가

크림 수도 심페로폴, 주민투표 앞두고 '폭풍 전야'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14일(현지시간) 크림 수도 심페로폴엔 '폭풍 전야의 고요' 같은 차분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심페로폴 시내에선 큰 집회나 시위 등은 벌어지지 않고 있으며 시민은 차분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분위기다. 시내 중심가에서 군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도로를 따라 러시아 번호판을 단 트럭들이 10여 대씩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주요 관청이나 시설 주변엔 팔에 붉은 완장을 찬 자경단 대원들이 경비를 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러시아 국기를 매단 자동차 행렬이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현지 택시 기사 로마는 "며칠 전까지 탱크나 전차 등이 시내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으나 이젠 어딘가로 자취를 감췄다"며 "시내 중심가의 주요 시설은 주로 자경단원들이 경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크림의 러시아 편입 움직임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던 현지 타타르계 주민들도 러시아계 주민들과 러시아 군인들이 도시를 사실상 거의 장악하고 난 뒤엔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러시아군과 러시아계 자경단 대원들이 크림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얼마 전까지의 혼란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로마는 "크림 주둔 러시아 군인 수가 많이 늘어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얼마 전까지 흑해함대 소속군인 약 6천명 정도가 크림에 주둔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크림의 러시아 군인 수가 3만5천명까지 늘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날 세바스토폴항에서는 러시아군의 대형수송함이 도착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세바스토폴항에서는 오전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군함에서 최소 1대 이상의 장갑차와 군용 트럭, 병력이 내렸다는 목격담이 현지에 돌고 있다.

더불어 지난 10일에는 세바스토폴항에서 약 15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 번호판을 단 100여대의 전차와 군용 트럭의 이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크림 당국은 현재 러시아군이 흑해함대 주둔지인 세바스토폴 기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마는 또 "시내는 주로 러시아계 자경단이 통제하고 심페로폴 외곽엔 표식이 없는 군복을 입은 무장 세력들이 주요 도로의 길목을 장악하고 경비를 서고 있다"면서 "이들이 실제로 러시아 군인이란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16일 주민 투표 결과에 대해 로마는 "사실상 러시아 귀속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라며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 편입을 지지하고 있어 투표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심페로폴 공항에서도 크게 긴장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여객기들은 정상적으로 이착륙하고 있으며 공항 경비가 강화된 흔적도 없었다.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 소속 국경수비대원들은 특별한 무장을 하지 않은 채 평소나 다름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입국 수속도 까다로워 진것이 없었다.

다만, 팔에 붉은 완장을 찬 자경단 대원 10여명이 공항 청사 밖에 몰려 있는 것이 목격됐다. 스스로를 자경단 책임자라고 소개한 막심은 "공항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이곳에 나와있다"며 "현재 공항은 평온하게 정상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항을 오가며 택시 영업을 하는 로마는 "10여명은 밖으로 나와 경비를 서는 대원들이고 건물 안이나 공항 인근에 항상 10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공항에서 근무하는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원들은 주민 투표가 끝나고 나면 크림 공화국에 충성을 서약하고 이곳에서 계속 근무하든지 아니면 현지를 떠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모스크바에서 심페로폴로 오는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 소속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측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단거리 직항로를 포기하고 러시아 남부 지역으로 우회 비행해 흑해를 통해 크림반도로 진입했다.

한 승무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말미암은 정세 긴장으로 여객기 안전 확보를 위해 우크라이나 관통 직항로를 피하고 우회 비행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심페로폴<크림공화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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