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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계승한다는 담화'에 대한 검증은…

'높은 지지도=훌륭한 정치인' 이게 성립하는 등식인가요?

[취재파일] '계승한다는 담화'에 대한 검증은…
3월 14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다케시마, 센카쿠 지키기'운동을 하고 있는 자민당 극우파 아리무라 나오코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베 내각에서 고노 담화에 대해 수정할 생각은 없다" 고노 담화는 1993년 당시 관방장관이 고노가 발표한 담화로 종군위안부 제도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2년 말 총리 취임 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명확하게 '고노담화 수정'을 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종군 위안부 여성에 대해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행위를 사죄했던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선 "역사 인식에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이게 왠 일?' 이란 획기적 발언입니다.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런 발언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도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왔지만, 고노 담화 수정을 명확히 부정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배경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조건으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대응을 요구한 것을 의식하고, 총리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과 한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며 최근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에 이은 아베의 이런 '파격적'으로 느껴질 만한 언행은 왠지 석연치 않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역시나...일본 언론들도 관련 기사 말미에 "그러나"란 단서를 달고 기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스가 관방장관은 고노 담화의 작성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조율이 있었는지에 대해 '담화 작성 과정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다.

합당한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뒤의 기사는 모든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스가 장관은 '검증작업을 수행하고 조사결과를 공표한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면 모든게 확실해 집니다.

아베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노담화 등을 '수정'할 '트집'을 아직 못 찾았는데,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한 겁니다.

그러면서 '검증'을 계속해서 '트집'이 나온다면... 생각은 바뀔 수 있습니다. 안 했다던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검증'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트집'을 잡아서 '수정'을 하기 위한 정당성을 얻기 위한 필요 과정인 것입니다.

아베 일본 총리의 지난해 12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일본 지지통신사가 이달 초 전국 2천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 봤습니다.

44.6%는 '부정적'이라고 답했지만, '잘했다'고 답한 비율도 38%나 됐습니다.

특히 자민당 지지자 가운데에선 56.2%가 '잘했다'고 답했고 '부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35.9%에 머물렀습니다.

'높은 지지도=훌륭한 정치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등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등식이 정말로 성립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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