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SBS 국제부 공부모임에 강사로 나서 '국경없는 의사회'(이하 '의사회')의 일원으로 오지에서 의료활동을 펴온 산부의과 전문의 이선영박사의 체험을 듣고 든 느낌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국경없는 의사회'에 소속된 이박사는 그동안 나이지리아와 남수단, 라오스에 파견돼 변변한 의료시설도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환자들을 돌봐왔습니다.
국내에서 노숙인을 위한 무료병원과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일하다 '의사회'의 부름을 받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날아가 1년에 3~4개월씩 봉사하는 식입니다.
가장 최근에 다녀 온 곳이 남수단인데 이곳은 아직도 내전이 진행중인 데다 지구상 최빈국 중 하나일 만큼 여러 여건이 열악한 곳입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 이태석 신부가 활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몇해 전 그 곳에 출장 차 다녀온 지인이 "지옥이 있다면 거기에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남수단" 이라고 생생히 증언한 탓에, 당시 카이로 특파원이었던 제가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나라입니다.
치안 부재로 잠시 외출할 때도 치한이나 들개들의 공격 가능성에 초긴장해야 하며 쓸만한 생필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5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도 에어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한의 여건입니다.
이박사가 이곳에서 활동할 때 배정된 숙소는 "흙바닥에 벽돌 네개 있고 그 위에 스폰지가 얹혀진 정도" 였고 "손바닥만 크기의 벌레들이 쉴새없이 공격해 한시도 맘편히 잠잘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합니다.
병원이라고 있는 것도 외양간같은 수준인데 환자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물밀듯이 밀려와 눈 붙일 시간이 거의 없어 한달 가량 일하고 나면 몸무게가 7~8Kg은 그냥 빠지고 "이러다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고 합니다.
"불가마에 들어가서 24시간 일한다"고 보면 된다니 그 분투가 상상이 되고도 남습니다.
비영리단체이니 당연히 보수는 없습니다. 왕복 비행기표에 의식주를 겨우 해결할 정도의 기본 경비만 '의사회'가 제공할 뿐입니다. 하기사 애초에 돈을 생각했다면 한국에서 편히 진료에 전념했겠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닌데 이 박사는 그 '지옥'에 하루 빨리 가고 싶답니다. 몸은 고달프지만 환자들이 "또롱또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전폭적인 믿음과 사랑을 보내줄 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진료할 때는 "돈 낸 만큼 서비스를 잘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곳에서는 환자들의 시선에서 "너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의사로서 진정한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의사회'의 운영 규칙상 봉사활동 국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이 박사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의사회' 한국 지부 소속 활동가들이 현재 행정가와 간호사 포함해 17명인데 하루 빨리 뜻있는 후배 의사들이 모여 들어 일본 수준(100명)으로 늘었으면 하는 소망도 피력했습니다.
지구촌 최악의 생지옥에서 최상의 행복을 느낀다는 이선영 박사. 저와 동년배이면서 마음의 깊이와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오하고 광활한 그녀가 소망대로 보다 많은 오지 곳곳을 누비며 참 사랑, 진정한 인술을 펼쳐 나가길 기대합니다.
[취재파일] "빨리 '지옥'에 가고 싶어요"
'국경없는 의사' 이선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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