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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환자가 잠든 사이…자격 없는 학원생이 성형수술?

[취재파일] 환자가 잠든 사이…자격 없는 학원생이 성형수술?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가 자격증도 없는 간호조무학원생들을 수술 인력으로 쓴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일반 주사는 물론 마취주사약까지 직접 투여했다는 충격적인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확보한 영상에는 의사와 간호사로 보이는 여성이 쌍꺼풀 수술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수술 내내 이 여성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의사를 보조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이 여성은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아닌 ‘학원실습생’이었습니다.

 직접 수술에 참여했던 학원생은 “수술 보조가 다 의료행위인데 옆에서 봐주는 사람도 없이 너무 학원생들을 믿고 일을 시켰다”며 “이런 일까지 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학원생도 두 달 가까이 이 성형외과에서 의료행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학원생은 “잡무를 하는 줄 알고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들어갔다”며 “수술보조나 주사 등의 행위를 해도 되는지 정확히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취업을 해야 하는 학원생 입장에서 병원에서 시키는 일을 거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취파

 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이 성형외과를 찾은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내가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권리를 저당 잡힌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이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더 충격적인 증언을 들었습니다. 학원생들이 일반 주사는 물론 마취주사약까지 투여한다는 겁니다. 전직 직원 김 모 씨는 “수술하기 전에 수면유도제와 환각제를 섞어서 환자에게 투여하는데 학원생들이 직접 환자에게 약을 넣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학원생들이 적정량을 투여하는지는 제대로 관리 감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취로 수면에 빠져든 환자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이 환자를 기만하고 자체적으로 쉬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병원이 이런 마구잡이식 수술을 진행하는 건 바로 ‘돈’ 때문입니다. 자격증이 있는 간호사 등 의료인의 경우 인건비가 비싼데다 살인적인 수술 스케줄을 견디지 못한다고 합니다. 결국 수술할 인력보다 더 많은 수술 스케줄을 잡고 이를 소화해 내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거죠. 학원생들은 한 달에 120만 원 정도만 주면 되는데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니 병원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취파

 현행 의료법에서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대상과 조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의학 치의학 한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이 전공분야 실습을 할 때입니다. 그것도 지도교수의 관리 감독하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아닌 학원생이 무면허로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일입니다.

 유현정 변호사는 “간호조무사조차 법에서 의료실습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학원생들이 마구잡이로 수술실에 들어가 성형수술을 보조하고 마취주사약까지 투여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심각한 이 병원에 행태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학원생이 진료보조라는 ‘업무’를 한 것이고, 이는 훈련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겁니다.

취파

 병원은 SBS의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거절했습니다. 이후 학원생들을 수술방청소와 빨래 등 잡무에만 활용한다는 서면해명서를 보내왔습니다.

 수술실에 직접 들어가서 수술을 보조한 학원생의 증언,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일관된 답변과 무엇보다 학원생이 직접 수술을 보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까지, 병원 측의 답변은 이 모든 것을 납득하기에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학원생들을 의료행위에 동원한 해당 성형외과의 불법 의료행위 실태에 대해 진상파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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