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코스는 규슈올레가 없던 후쿠오카현에 처음 만들어진 코스입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버스로 20여분 이동하면 부산 방향으로 '코노미나토'라는 선착장이 나옵니다. 이 곳에서 배를 타고 바닷길을 20여분 헤쳐가면 주민 800명이 사는 조그만 섬 '오시마'가 나옵니다.
<코노미나토에서 배로 20분 정도 가면 '오시마'라는 섬이 나옵니다>
이 섬의 주민들은 주로 어업을 합니다. 가능한 곳에선 축산도 하고 농사도 짓지만, 이 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후보지가 되면서 어업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뿐입니다. 택시는 1대 뿐입니다. 우체국도 1개.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은 없습니다. 정말 외딴 섬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깊습니다. 위치상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수천년 전부터 대륙과 한국의 문화를 받아온 흔적들이 많습니다. 또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해녀'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 제주해녀와 원조 논쟁을 붙이고 싶어하지만, 단언컨대 해녀의 원조는 우리나라입니다.)
이 곳 신사는 일본에서도 역사가 가장 깊습니다. 이 곳 신사를 본산으로 전국에 7000개가 있다고 합니다. 오시마 올레는 역시 그 신사에서 시작됩니다. 개장 첫날 일본과 한국 등에서 300명이 모였습니다. 섬 역사상 외지인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오시마 올레도 신사를 시작점으로 합니다>
신사를 가로질러 30분 정도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제주 용두암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이 펼쳐집니다. 쭉 가면 부산이 나온다고 하니 마치 동네에 온 기분입니다. 간단히 일본 고유의 '젤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역시 주민들이 자원봉사 나와서 나눠주는 '수제 젤리'입니다.
바람이 강한 탓인지 나무의 키가 크지 않습니다. 마치 거제도 바람의 언덕을 걷는 듯한 느낌입니다. 한쪽은 산, 다른 한쪽은 바다...조용히 묵묵히 걷다보면 갑자기 대관령 목장에 온 듯한 언덕이 펼쳐집니다.
<오시마 올레길>
이 언덕엔 풍차가 있습니다. 제주 오름을 오르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언덕 곳곳엔 '대포'를 설치했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에도 시절에 만들어진 군 시설이라고 하는데, 한 번도 쓴 적은 없다고 합니다. 방공호도 있습니다. 2차 대전때 만들어진 듯합니다. 철문을 달았던 흔적엔 녹슨 틀만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곳까지 오면 현지주민들이 '모자반' 국을 컵에 담아 줍니다. 해초입니다. 건강에 최고라고 하는데, 약간 비릿하지만 몸에 좋다니 먹을 만 합니다. 두 잔 정도 받아 먹어보면 나름대로의 '풍미'가 있습니다.
<모자반국-제주에선 '몸국'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모자반국은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초맛이 강합니다>
바다를 뒤로 하면 다시 산길로 접어듭니다. 이 섬은 4계절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꽃 때문입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겨울에는 수선화 천지가 된다고 합니다.
천혜의 자연을 11km 정도 걷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지역의 속살을 한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립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입니다.
일본 규슈가 제주올레에 받은 감동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첫 코스가 문을 연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인 3만 명과 일본인 1만 명이 규슈 올레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엔 규슈올레 12개 코스가 지나가는 10개 지역 지자체가 '규슈올레 선정지역 협의회'를 발족했습니다. 창구를 단일화 해 올레를 알리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행동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역시 우리 제주올레가 깊숙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주올레는 앞으로 단일 지자체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규슈관광추진기구의 이시하라 회장은 "제주올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본 지역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12개 코스를 만들었지만 적어도 26개 아니 30개까지 만들고 싶습니다. 규슈가 제주보다 지역이 넓으니까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시하라 스스무 규슈관광추진기구 회장>
올레를 가면 손닿지 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힘들지 않게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그 지역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민들은 버려지고 잊혀진 길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고 고용도 늘릴 수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시골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짧은 2박 3일의 일본 규슈 올레를 돌아보며 우리 문화수출의 '자랑스러움'을 한껏 느꼈으면서도, 우리 제주올레가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규슈올레'가 '제주올레'보다 더 '잘 나갈 것 같다는 느낌'에 조금은 두려워진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