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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2번째 규슈 올레…'오시마'를 가다

제주와 비슷한 올레, 일본이 무섭다

[취재파일] 12번째 규슈 올레…'오시마'를 가다
우리나라 제주가 일본 규슈에 '올레'를 수출한 지 3년, 지금까지 12개 코스가 문을 열었는데, 오늘은 지난 2일 개장한 12번째 올레 '오시마' 코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오시마 코스는 규슈올레가 없던 후쿠오카현에 처음 만들어진 코스입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버스로 20여분 이동하면 부산 방향으로 '코노미나토'라는 선착장이 나옵니다. 이 곳에서 배를 타고 바닷길을 20여분 헤쳐가면 주민 800명이 사는 조그만 섬 '오시마'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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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미나토에서 배로 20분 정도 가면 '오시마'라는 섬이 나옵니다>

이 섬의 주민들은 주로 어업을 합니다. 가능한 곳에선 축산도 하고 농사도 짓지만, 이 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후보지가 되면서 어업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뿐입니다. 택시는 1대 뿐입니다. 우체국도 1개.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은 없습니다. 정말 외딴 섬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깊습니다. 위치상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수천년 전부터 대륙과 한국의 문화를 받아온 흔적들이 많습니다. 또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해녀'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우리 제주해녀와 원조 논쟁을 붙이고 싶어하지만, 단언컨대 해녀의 원조는 우리나라입니다.)

이 곳 신사는 일본에서도 역사가 가장 깊습니다. 이 곳 신사를 본산으로 전국에 7000개가 있다고 합니다. 오시마 올레는 역시 그 신사에서 시작됩니다. 개장 첫날 일본과 한국 등에서 300명이 모였습니다. 섬 역사상 외지인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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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올레도 신사를 시작점으로 합니다>

신사를 가로질러 30분 정도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제주 용두암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이 펼쳐집니다. 쭉 가면 부산이 나온다고 하니 마치 동네에 온 기분입니다. 간단히 일본 고유의 '젤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역시 주민들이 자원봉사 나와서 나눠주는 '수제 젤리'입니다.

바람이 강한 탓인지 나무의 키가 크지 않습니다. 마치 거제도 바람의 언덕을 걷는 듯한 느낌입니다. 한쪽은 산, 다른 한쪽은 바다...조용히 묵묵히 걷다보면 갑자기 대관령 목장에 온 듯한 언덕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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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올레길>

이 언덕엔 풍차가 있습니다. 제주 오름을 오르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언덕 곳곳엔 '대포'를 설치했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에도 시절에 만들어진 군 시설이라고 하는데, 한 번도 쓴 적은 없다고 합니다. 방공호도 있습니다. 2차 대전때 만들어진 듯합니다. 철문을 달았던 흔적엔 녹슨 틀만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곳까지 오면 현지주민들이 '모자반' 국을 컵에 담아 줍니다. 해초입니다. 건강에 최고라고 하는데, 약간 비릿하지만 몸에 좋다니 먹을 만 합니다. 두 잔 정도 받아 먹어보면 나름대로의 '풍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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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반국-제주에선 '몸국'이라고 하는데, 일본의 모자반국은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초맛이 강합니다>

바다를 뒤로 하면 다시 산길로 접어듭니다. 이 섬은 4계절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꽃 때문입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겨울에는 수선화 천지가 된다고 합니다.

천혜의 자연을 11km 정도 걷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지역의 속살을 한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립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입니다.

일본 규슈가 제주올레에 받은 감동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첫 코스가 문을 연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인 3만 명과 일본인 1만 명이 규슈 올레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지난달 말엔 규슈올레 12개 코스가 지나가는 10개 지역 지자체가 '규슈올레 선정지역 협의회'를 발족했습니다. 창구를 단일화 해 올레를 알리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행동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역시 우리 제주올레가 깊숙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주올레는 앞으로 단일 지자체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규슈관광추진기구의 이시하라 회장은 "제주올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본 지역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12개 코스를 만들었지만 적어도 26개 아니 30개까지 만들고 싶습니다. 규슈가 제주보다 지역이 넓으니까 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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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스스무 규슈관광추진기구 회장>

올레를 가면 손닿지 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힘들지 않게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그 지역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민들은 버려지고 잊혀진 길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고 고용도 늘릴 수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시골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짧은 2박 3일의 일본 규슈 올레를 돌아보며 우리 문화수출의 '자랑스러움'을 한껏 느꼈으면서도, 우리 제주올레가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규슈올레'가 '제주올레'보다 더 '잘 나갈 것 같다는 느낌'에  조금은 두려워진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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