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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남한 비난은 자제…미국엔 집중 포화

[취재파일] 北, 남한 비난은 자제…미국엔 집중 포화
“의도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서 정세를 긴장시키는 미국놈들의 속통머리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정말 해부를 좀 해봤으면 속이 시원하겠습니다.” “전쟁광증으로 몸살을 앓는 그 미국놈들을 한 몽둥이에 후려쳐서 이 지구상에서 영영 쓸어버리면 우리 인민이 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조용하겠습니까.”(조선중앙TV 3월 8일 17시 보도)

북한이 대미 비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비난해 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강도가 더해지는 양상이다. 5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담화가 ‘미국은 남을 함부로 걸고드는 못된 악습을 버려야 한다’며 미국을 비난한 데 이어, 8일 노동신문은 ‘악의 소굴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 소재지는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미친개에게는 몽둥이 찜질이 제일’이라는 직설적인 언급으로 케리 미 국무장관을 겨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반발해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가 미국을 단죄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픽_미러 북미사
남한 비난은 자제, 미국을 집중 비난

그런데, 최근 북한의 대미 비난은 남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담화를 보자. 북한은 ‘정당’한 로켓 발사에 대해 시비 걸지 말라면서도 비난의 초점을 의도적으로 미국 쪽에 맞추고 있다. ‘북남대화와 조일접촉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데 대한 미국의 배아픈 속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거나, ‘(미국이) 북남관계 개선과 긴장완화의 흐름을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 강행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표현들이 그것이다. 물론 미국과 함께 ‘추종세력’을 언급하며 남한 정부도 비난의 범주에서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남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것은 남한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달 14일 고위급 회담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 추후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했다. 북한으로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협조적으로 치른 만큼 향후 남북접촉에서 얻어내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

북, 대남 전략 고민중?

하지만, 북한은 대남 전략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구제역 방역 지원제의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한 것이 그 예이다. 또,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면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스커드 C'급의 미사일을 발사해 남한에 대한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화전 양면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화전양면술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북한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당시 북한 관계자들이 남한 기자들에게 가장 궁금해했던 것들 중의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신뢰 프로세스’에 따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에 먼저 선의를 보이면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화답이 올 수 있는 것인 지 북한으로서는 박 대통령의 속내가 무척이나 궁금한 것 같다.

북, ‘박근혜 정부 입장’ 똑바로 봐야

하지만, 북한이 궁금해하는 박 대통령의 속내는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표현돼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으며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신뢰’라는 말을 과잉해석해 핵개발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남북관계가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혹여라도 지금 미국을 비난하며 남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것이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하의 남북관계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라면, 북한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연구를 좀 더 심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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