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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 학년이 9월에 시작하나요?'…학생 빠진 교육행정

신규임용 교사 발령·시간제 교사 도입 모두 2학기부터

[취재파일] '새 학년이 9월에 시작하나요?'…학생 빠진 교육행정
학생과 학부모들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과 적응해야하는데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늘어나는 과목이나 새로 배우게 되는 과목도 있으니까요. 여기에 학교 시간표에 맞춰 학원을 정하고 스케줄 조정까지 해야하니 3월은 정말 바쁜 때입니다.

그런데, 최근 교육당국의 정책 추진을 보면 이런 사정은 전혀 모르는 듯 합니다. 마치 우리 학교제도가 9월에 시작되는 것처럼 일하고 있으니까요.

먼저 한참 시끄러웠던 신규교사 발령 문제를 볼까요?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3월 새 학기에 새로 임용된 초등교사 가운데 한 명도 일선 학교에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강원과 대구,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벌어졌습니다. 교사들의 퇴직으로 빈 자리가 생겨야 새로 뽑은 선생님들이 학교로 나갈 수 있는데, 올해는 명예퇴직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시도 교육청이 대부분의 신청을 반려한 겁니다.

교육부는 명예퇴직 수요를 고려해 올해 예산에 2천억원을 더 편성해 각 시도교육청으로 내려보냈다고 하고, 시도교육청에선 초등돌봄교실,누리과정, 무상급식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돈이 많이 들어가 명예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서로가 옳다고 맞서면서도 양측 모두 해법으로는 "2학기에는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명예퇴직을 대거 처리하고 신규교사를 발령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2학기에 가능한 일을, 왜 1학기에는 안 하는 걸까요? 새 학년에 새로운 선생님에 맞춰 적응해왔는데, 왜 다시 2학기에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하라고 해야하는 걸까요?

교육부 캡쳐_500
교육부가 엊그제 발표한 시간제 교사제 도입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직 교사 가운데 신청을 받아 올 2학기부터 시행한다는데, 교사와 학생 사이에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은 시간제 전환을 신청한 뒤 업무를 정리하고 일주일에 2-3일씩만 학교를 나오면 되겠지만 그 선생님과 이미 학년을 시작한 학생들은 학년 중간에 선생님이 바뀌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2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대거 교사들이 바뀐다면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교과 담당 교사도 학습의 연속성이나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합니다. 전체적인 학교 운영도 삐걱거릴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도 왜 교육당국은 "2학기부터 시행"을 추진하는 걸까요? 예산을 적절히 배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3월 새 학년을 맞기 전에 해결해야했고, 도입을 미뤄도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불이익이 없는 시간제 교사 같은 제도는 내년 새 학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오직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힘겨루기, 또는 정책 추진의 편이를 위해 학생들이 희생되고 있는 겁니다.

관련 기사를 쓰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공무원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교육이 망가진다고 한탄하기 전에, 엉성한 해법을 내놓기 전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교육당국은 분명히 인식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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