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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중은행, 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 '이자 폭리'

금감원, 청약예금 이자폭리 6개 은행 적발

[취재파일] 시중은행, 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 '이자 폭리'
직장인 김 모 씨는 얼마 전 자신이 가입한 A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대출을 실행했는데도 대출금리는 5.6%나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 금리가 높은지 몰랐지만, 또 다른 B은행의 일반 예금 담보대출 금리 3.4%와 비교하고 나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예금인데 왜 청약예금 담보대출 금리가 일반예금 담보대출보다 높은걸까?’

자세히 파고드니 불합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청약예금 담보대출의 금리체계는 예금금리(수신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인데, 김씨가 거래하는 A은행의 청약예금 담보대출의 예금금리는 3.3%, 가산금리가 2.5%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0.2%의 금리우대를 받아 5.6%라는 금리가 책정된 겁니다. 그런데 B은행의 일반예금 담보대출의 경우 예금금리가 2.4% 였고, 가산금리는 1%에 불과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주택청약예금을 취급하는 우리와 국민,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 금리를 조사해보니 평균 금리는 4.82%로 일반예금 담보대출 평균 금리 3.62%보다 1.2%포인트 가량 높았습니다. 우리와 국민은행의 경우 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예금금리를 3.3%로 책정해 가장 높았고, 나머지 은행들은 그보다 낮은 3개월 변동 CD금리나 코리보, 금융채 금리를 예금금리로 사용했습니다. 개인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가산금리도 청약예금 담보대출의 경우 1.25%~2%로 일반예금 담보대출금리 1.1%~1.3%에 비해 높았습니다.

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3.3%로 책정한 이유에 대해 은행측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청약예금의 경우 예금금리가 일반예금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담보대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은행의 이런 설명은 논리적인 허점이 있습니다. 3.3%라는 금리는 은행이 주는 금리가 아닌 정부가 주는 정책금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소 설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구 청약예금, 청약부금은 국민주택기금으로 통합돼 국토교통부가 관리합니다. 은행은 입출금 대행만 해줄 뿐 이 기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모든 청약예금은 정부가 관리주체이고 은행은 다만 계좌 등의 관리를 해줄 뿐입니다. 은행은 이 청약예금을 관리해주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습니다. 취재 결과 은행들은 신규 계좌당 5천 원~1만 원정도의 수수료를 챙기고, 매달 계좌유지 수수료 명목으로 또 몇 백 원을 정부로부터 받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청약예금 가입자가 1천600만 명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계좌 유치로만 수백억 원, 매달 수십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수수료 수입에 더해 은행들은 청약예금 담보대출로 높은 이자마진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3.3%의 정책금리를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주고 있습니다. 일반 정기예금 금리가 2%대인걸 감안하면 0.5%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입니다.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도 정부가 지급합니다. 그런데도 은행은 마치 자신들이 이자를 주는 것 마냥 3.3%의 금리를 기준금리(예금금리)로 사용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청약예금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정부의 정책금리 3.3%를 사용했습니다. 나머지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청약예금 담보대출 고객에게 금리 바가지를 씌웠습니다.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대게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내외의 예금을 2년 이상 나눠내고 아파트 등을 청약할 때 활용합니다. 대부분 집이 없는 서민들이란 이야기입니다. 지금껏 은행의 이자폭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아마도 먹고사는데 바빠서였을 겁니다. 은행들은 서민의 이런 소중한 청약예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면서 일반예금 담보대출보다 높은 이자마진을 챙긴 만큼 어느정도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다행히 6개 은행의 이런 금리책정 방식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이 주는 예금금리가 아닌데도 정부의 정책금리를 예금금리로 활용해 대출금리를 높였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관행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런 관행을 최근에야 적발해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6개 시중은행은 앞으로 청약예금 담보대출 금리를 낮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은행들도 금감원의 이런 지적에 처음에는 항변을 했지만 감독당국의 취지에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하다고 합니다.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불합리한 금리산정 방식으로 애꿎은 서민에게 이자 바가지를 씌운다면 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공적 의무를 저버린 셈일 것입니다. 일반예금 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청약예금 담보대출 금리를 하루속히 내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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