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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엇이 의사들을 '펄펄' 끓게 만들었나

의사 집단 휴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바라보며

[취재파일] 무엇이 의사들을 '펄펄' 끓게 만들었나
전문과를 포기하는 전문의들

의사에서 기자로 업을 바꾼 지 어느덧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휴대폰 전화부의 2/3는 의사들로 채워져 있다. 취재원으로 알게 된 의사를 통해 듣는 정보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진성성을 더 부여하는 건 아무래도 기자 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의사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다.

의대 1학년 때부터 단짝처럼 지낸 비뇨기과 전문의가 있다. 발 빠른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피부과나 성형외과로 개원을 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는 발 걸음이 느렸다. 요도염이나 전립선 질환, 그리고 요석, 신장 결석 등 그가 의대에서 배우고, 병원에서 수련 받은 범위에서 의사 일을 했다. 내 어머니가 혈뇨가 있을 때 난 그에게 의뢰했고, 그는 요 검사와 방광내시경을 검사를 하며 적절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했다. 그런데, 그가 최근 진료 형태를 바꿨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그의 취향에 전혀 맞지도 않을 것 같은 ‘성 생활과 관련된 수술’ 병원으로 새롭게 개원한 것이다.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는데도, 그는 자수하듯 고백했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것이다. 비뇨기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는 생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뇨기과 질병도 함께 보는 거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이미 비뇨기과 전문의로서의 자존심은 버린 듯 했다.

얼마 전 의대 동기생들과의 모임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중 더 이상 출산을 담당하는 친구가 없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숱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잘 나가고 있는 산부인과 병원도 많은데, 왜 나의 산부인과 전문의 친구들은 모두 출산을 포기했을까? 그들이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면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감동 때문에 산부인과를 선택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런 그들이 생명 탄생의 감동을 가슴 속 깊이 짓누른 것이다. 해줄 수 있는 말이 내게는 없었다. 임신부에게 3D 초음파 사진을 찍어 주며 수십 만원을 받거나, 각종 요가와 태교, 그리고 산후 조리원과 연계된 의료 외적 수익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생존이 어렵다는 게 어디 1, 2년 된 일이던가? 몇 푼 인상된 분만 수가가 분만 사고가 났을 때 감당해야 할 소송 비용에 어찌 비교될 수 있겠는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집단 휴진에 표를 던지다.
 
의사 협회의 집단 휴진 명분은 표면적으로는 보건당국이 발표한 ‘원격 진료’와 ‘투자활성화 방안’ 대한 반대이다. 하지만, 내 친구 의사들의 대부분은 원격 진료와 투자 활성화 방안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여러 시민단체가 원격 진료와 투자 활성화 방안의 개념과 그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왜 내 친구들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명분에 대해 집단 휴진의 찬성 표를 던졌을까? 그것도 3월 10일은 월요일이고, 월요일은 환자가 가장 많은 날이며, 개업의에게는 가장 많은 수입이 보장되는 날이다. 그리고 대학교수와 봉직의, 그리고 전공의보다 휴진의 타격은 개원의에게 가장 크다. 그들은 막바지에 몰렸다고 느끼는 듯 하다. 흉부외과나 외과 전문의가 자신들의 간판을 포기하고, ‘탈모 클리닉’이나 ‘비만 클리닉’ 간판을 달아야 하고, 내과 전문의도 3분 이내에 환자의 병을 진단해 내야만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오래된 현실이 그들을 펄펄 끓게 한 것 같다.
의사협회 집단 휴진

보건당국과 검찰의 강경대응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시•도와 시•군•구를 통해 파업이 예정된 3월 10일자로 진료명령을 발동했다. 보건당국 수장으로서 법적 명령을 내린 것이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게 됨을 유념해달라"고 했다. 이어서 검찰도 발 빠르게 입장을 표명했다. 불법 집단휴업 주동자뿐 아니라 참가 의료인에 대해서도 불법 행동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집단행동 수위에 따라 일부 의료인에 대해서는 기소 후 공판 단계까지 철저히 대응하고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도 병행되도록 조치한다고도 했다.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면허 취소라는 최강의 경고를 한 것이다. 그것이 집단 휴진이라 불리든 파업이라 불리든 간에 법적 처벌 잣대는 그것의 정당성에 달려 있는 듯 하다. 문형표 장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단서를 단 것도 이 때문일 게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정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방안에 대한 반대를 꼭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의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만약 파업의 정당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복지부 장관과 검찰이 선언한 데로 그들은 처벌을 받을 거다. 어떤 이들은 의사의 직까지 잃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게 또 있다. 보건당국이 밀어 붙이려고 하는 원격 진료와 투자활성화 방안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말이다. 그 동안은 주로 의사협회와 뜻을 달리 했던 보건의료노조와 여러 시민단체들조차 정부의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방안에 대해 수 차례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의료계의 많은 전문가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는 적어도 보건당국이 시행하려는 두 정책이 사회적 합의 과정은 없었거나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보건당국도 정당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펄펄 끓는 냄비에 누름돌을 얹는다.

 난 의사들이 집단 휴진까지 가기를 바라지 않았던 마음과 내 의사 친구들이 포기한 자신의 진료 양심을 다시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 친구 의사들은 이 두 가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기기는 힘들 것 같다. 정부와 검찰을 상대로 이긴 적이 없다는 건 그들이 더 잘 알 게다. 하지만 보건당국에게도 간절하게 말하고 싶다. 냄비가 펄펄 끓을 때는 뚜껑을 열고 그 안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냄비 뚜껑에 누름돌을 얹으면 당장에야 끓는 물이 넘치는 걸 막을 수 있지만, 냄비는 결국 누름돌까지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폭탄이 된다. 개원 의사들이 폭파되어 공중 분해된다면, 그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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