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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뉴욕타임스, 161년 만의 정정보도

'신뢰도' 이유로 '정정'을 꺼려하면 '신뢰도' 올라갑니까?

[취재파일] 뉴욕타임스, 161년 만의 정정보도
미국 뉴욕타임스는 1853년 1월 20일자 신문에 '솔로몬 노섭(NORTHUP)의 억류와 귀환에 관한 이야기'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실제 발생했던 납치 사건이었고, 노섭은 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당시 기사에선 제목에 노섭의 이름이 'NORTHRUP'로 표기됐습니다. 본문에선 'NORTHROP'로 씌어졌습니다. 간단히 '노섭'이란 이름이 '노스럽'과 '노스롭'으로 보도됐던 겁니다.

취파용

이런 사실은 최근 이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노예 12년'이 제 86회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면서 알려졌습니다. 몇몇 네티즌이 '실화'인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위해 뉴욕 타임스의 기사보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겁니다. 이런 '오자' 발견사실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무려 161년이나 지난 '오보'를 바로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고침' 란을 통해 오보 사실을 확인하고, 트위터에서 지적됐다는 내용도 전했습니다. 그리고 끝부분에 괄호 안에는 "실수가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완벽하고 정확한 기록을 갖게 됐다"고 회사 입장을 명시했습니다.

취파용


이런 뉴욕타임스의 대처방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61년 전 사소하다면 사소한 실수를 정정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독자들에게 사소하고 작은 실수를 즉시 고치는 매체인만큼, 그만큼 신뢰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것일 겁니다.

두번째는 내부적으로 기자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이 정도까지 사과하는 것을 봤느냐? 그렇다면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더욱 철저하게 기사를 써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라.." 약간 쇼맨십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외부적으론 독자들에게, 내부적으로는 기자들에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를 했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강형철 교수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기자로서 제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이야기였습니다.
취파용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국 언론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오보에 대한 정정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보가 나면 왜 오보를 정정하게 됐는지, 누가 발견했는지, 또는 항의나 이해 당사자의 분쟁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주지 않습니다.
원인도 밝히지 않고 사실만 교정하는 수준입니다. 한국 언론은 아마 오보를 내는 게 매체의 신뢰도에 손상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했습니까? 160년이 지난 오보 내용을 정리하고,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알려주고, 그 뒤에 자신들의 처지까지 얘기합니다. 자신들의 결의와 태도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해외 언론들은 오보 정정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수해선 안되겠지만 실수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오보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교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현재와 앞으로 오보를 내지 않기 위해서 더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겁니다.

신뢰도가 떨어질까봐 오보 정정에 소극적인 우리 언론의 태도는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오보를 적극적으로 교정하겠다는 기자 집단의 다짐이나 결의가 발전해야 한다는 게 한국 언론학자들의 일관된 지적입니다. 오보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등을 기자들, 편집인 회의 등을 통해 윤리강령에 넣을 필요도 있습니다.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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