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혜진양' 아버지 끝내 그리운 딸 곁으로…

7년간 술로 괴로움 달래던 이창근씨 3일 심장마비로 사망

'혜진양' 아버지 끝내 그리운 딸 곁으로…
안개가 잔뜩 껴 하늘이 유독 어둑어둑했던 지난 2007년 12월 25일.

성탄절 예배를 마친 뒤 놀이터로 향한 이혜진양(당시 11살)과 우예슬양(당시 9살)은 그날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내고 딸을 애타게 찾아나선 혜진양 아버지 이창근(53)씨의 간절한 바람에도 딸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걱정과 분노를 자아냈던 이 사건이 벌어진 지 7년이 지나 아버지가 딸 곁으로 떠났습니다.

어제(3일) 오전 4시 아버지 이씨가 심장마비로 숨진 것입니다.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안양 A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이씨는 딸을 잃고 7년간 괴로움과 외로움을 달래려고 거의 하루도 걸르지않고 술에 의지했습니다.

10년을 근무했던 직장도 그만둔 그는 술 없이는 도저히 삶을 이어갈 수 없었고 주변의 권유로 상담센터에서 치료도 받았지만,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딸을 살해한 살인마 정성현(45)이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게 됐을 때도 이씨는 "이미 하늘나라로 간 내 딸이 돌아오느냐"며 격분했습니다.

딸의 4주기 추모식에서 그는 "내가 죽으면 죽었지 새끼 먼저 보낸 부모는 없어요, 한이 맺히는 거예요, 한평생. 죽을때까지"라며 괴로워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5주기 추모식에서도 "널 안고 잘 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이렇게 추운 날 널 먼저 보낸 애비를 용서해라"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실직한 뒤 조리 일을 하며 가정을 책임졌던 부인 이달순(49)씨와 아들(24), 딸(22), 친척 등 유족 10여명만이 이씨의 영정을 지켰습니다.

장례식장은 7년전 혜진이를 떠나보낸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해 아빠의 죽음이 살아남은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후벼팠습니다.

범죄피해자대책지원본부 등에서 보내온 조화 5개가 전부였습니다.

고인의 시신은 화장해 혜진양이 묻힌 안양 청계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발인은 내일(5일) 오전 10시입니다.

남편까지 잃은 혜진양 엄마는 "이제 아이 아빠까지 하늘로 갔으니 나랑 아이들이 더 힘들 것 같다"면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추슬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