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여 있습니다.
버려진 이불과 옷가지 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누군가의 다리가 나와 있어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전시된 모습이 진짜 사람은 아닌것 같죠? 그 옆에는 이불을 뒤집어 쓴 사람의 모습도 보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이불과 한쪽 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인형은 이선행 작가의 설치작품입니다. 이불은 가장 편하고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을 상징하는데요. 그 공간이 더이상 편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무겁고 불안해 보입니다. 현대인에게 더이상 자신만의 공간은 없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 은밀한 곳은 없다고 하니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이불 속에서도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게 만드는 범인이 스마트 폰이죠. 처음에는 친구들과 항상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어 좋아했지만, 이제는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메시지에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업무 지시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참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인에게 더이상 ‘오프라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불을 아무리 뒤집어 쓰고 있어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띠링’하는 소리에 자다가도 깨야합니다. 더이상 숙면은 없고 선잠을 자고 있을 뿐이라는 작가의 글에 공감이 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