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4월 15일 오후 2시. 일본 육군 중위가 경기도 수원군(지금의 화성시) 제암리 교회에 마을주민 30여 명을 모이게 했습니다. 일본군은 마을 주민들을 모두 교회에 몰아넣고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잠근 채 집중사격하고 불을 질렀습니다. 그날 주민들의 아우성은 총격과 화마 속에 끔찍한 학살로 기록되었습니다.
'제암리 학살사건'으로 희생된 24명의 이름이 '3·1 운동 피살자 관련 명부'를 통해 확인된 가운데 이 사건의 실상을 담은 기사가 과거 미국 워싱턴 타임스에 실렸던 사실이 최근 알려졌습니다. 1919년 3.1 운동을 전후해 한국과 중국 등에 체류했던 미국인이 고국에 돌아가 현지 언론에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했던 기사가 뒤늦게 공개된 건데요.
1922년 3월 5일 자에 실린 기사는 미국인 사업가 로버트 워드가 3년여 간 극동 아시아를 다니며 직접 보거나 들은 참상을 르포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기사 속엔 제암리 학살사건의 실상뿐만 아니라 1920년 간도 참변의 현장, 한국 소녀들이 일본군에 의해 희생되는 모습 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워드는 간도 참변에서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말하지 않은 86명의 아내와 12명의 어머니가 처형당했고, 제암리 교회에서는 화마 속에서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총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워드는 또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이 처형을 당했으나 숨지지 않자 산채로 생매장한 장면도 사진으로 찍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총살과 생매장 현장 등 자신이 직접 목격한 참상을 설명함으로써 일본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했습니다.
3.1절을 앞둔 최근까지도 망언 릴레이를 멈추지 않는 일본. '잔혹한 일제'에 대한 증언이 외신을 통해 계속 알려지는 가운데 일본이 과연 언제까지 역사를 부정할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