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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블로거 한마디에…'10년 직장' 관두려 한 사연

<앵커>

상품이나 식당이 좋은지 나쁜지 알고 싶을 때 블로거 글을 읽으면 꽤 도움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이른바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이 대기업도 무시 못할 그런 정도로 커졌습니다. 자연히 부작용도 따라서 커지고 있습니다.

생생 리포트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한 대형 마트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5천 원짜리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트 측이 실수로 엉뚱한 제품에 행사 표시를 붙여 놓았는데 한 손님이 그 물건을 들고 상품권을 받으러 온 겁니다.

[마트 동료 직원 : 원래는 (행사 상품에) 해당이 안 되는 건데, 직원이 진열대에 ('행사' 표시를) 붙여놓은 거예요, 실수로. 담당 직원이 '죄송합니다'라고 했어요. (손님이 기다렸기 때문에) 해당이 안 되는 상품이지만, 5천 원 상품권을 드렸어요.]

사과와 함께 손님에게 상품권을 주면서 마무리되는가 했는데 이 손님이 갑자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방문객 수가 1천 명 정도 되는 블로그 운영자였던 겁니다.

[마트 동료 직원 : (손님이) '잠깐만요, 사진 좀 찍을게요.' 하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더니) '저 파워 블로거예요, 블로그에 올릴 거예요.' 이랬어요.]

이 손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직원이 곧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화가 나서 잠을 못 자겠다'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고 마트는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대형 마트 관계자 : 작은 점포 안에서 문제가 끝났다면 상관이 없을텐데, 블로그에 그 사실을 올림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그 부분을 공유하게 됐을 거 아닙니까. (회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해당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10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동료 직원 : (담당 직원이) 계속 울고 있으니까. 울고 있으니까 주변에서는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대기업도 블로그에 이렇게 민감해 파워 블로거들을 따로 관리할 정도니 일반 음식점 같은 자영업자의 경우는 블로거 이용 후기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되기도 합니다.

[음식점 직원 : 좋은 글이 올라왔을 때 매출이 올라간다기 보다, 좀 안 좋은 글이 올라오면 매출이 떨어지는 게 많이 보여요.]

이런 영향력을 악용하는 악성 블로거들이 요즘은 말 못할 골칫거리입니다.

자기 블로그에 홍보를 해줄테니까 잔뜩 시켜놓은 음식값을 빼달라고 조르는 손님들이 가끔 찾아온다는 겁니다.

[동네에 매장을 오픈했다고 하면 블로거들이 그때 가장 많이 와요. '내가 파워블로거인데 서비스 혜택을 주는 것이 있느냐?' (물어보는 분들도 있어요.) 곤란하죠.]

몇 년 전에는 억대 수수료를 받고 몸에 해로운 제품의 공동구매를 진행한 파워블로거가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원동욱/파워블로거(방문자 1억 명) : 블로거들한테 겸손하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블로거도 방문자 수가 권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독자들의 신뢰나 충성도가 블로거의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악성 블로거의 글은 업계는 물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일인 미디어로 급부상한 블로거들의 자정노력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유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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