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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우크라이나,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논설위원칼럼] 우크라이나,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우크라이나의 혁명은 또다시 성공을 거뒀습니다. 지난 2004년 '오렌지 혁명'에 이어 또다시 야누코비치 정권을 무너 뜨렸습니다. 앞서 두 차례 논설위원 칼럼에서도 강조했지만 우크라이나의 혁명은 그 지정학적 특성 상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와 유럽의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10년 만에 또다시 일어난 혁명은 이제 러시아와 유럽, 미국 까지 관심을 갖는 중대한 사안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길을 갈 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2004년의 오렌지 혁명은 결과적으로 미완의 혁명이었습니다. 당시 야권은 야누코비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준비가 안된 채 정권을 쥐었습니다. 유센코 대통령과 티모센코 총리는 곧바로 반목했고, 유센코 대통령의 친 유럽 일변도 정책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결국 금융위기 까지 터지면서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세력은 사분오열됐습니다. 2010년 대선에서 티모센코 전 총리가 야누코비치에게 득표율 3% 차이로 패배하면서 모든 상황은 오렌지 혁명 이전으로 돌아 갔습니다. 
우크라이나 야누코비

야누코비치 정권의 붕괴도 경제 위기에서 비롯됐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2년간 0% 대에 머물렀고, 재정적자가 심해지면서 앞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상환해야 할 외채가 400억 달러나 됩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은 지난 해 말 현재 188억 달러에 불과합니다.(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보도) 그나마 올 1월 중에 환율 방어를 하느라 외환을 써버려 178억 달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월 초에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 무디스 까지 일제히 우크라이나의 국가 신용 등급을 강등했습니다. 피치는 채무 불이행 가능성 까지 경고했습니다. 야누코비치는 돈을 구하기 위해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 러시아 쪽으로 선회했는 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과 협상하면서 200억 유로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엄청난 액수에 유럽연합이 머뭇거리는 사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15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야누코비치는 곧바로 유럽연합을 버리고 러시아와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러시아가 20억 달러를 지원해 우선 급한 불은 끄나 했는데, 야누코비치의 친 러시아 성향에 불만을 품은 서부 쪽 주민들의 반발이 터졌습니다. 지난 해 11월 시작된 이번 시위의 원인입니다.

여기에 부패도 한 몫 했습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달아난 뒤 공개된 대통령 관저는 세계인을 놀라게 했습니다. 엄청난 부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국제 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부패지수를 보면 2012년 현재 우크라이나는 방글라데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리아 등과 함께 144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입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자행된 권력층의 부패는 분노를 불러 왔습니다.

이제 5월 대선을 거쳐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집권자를 맞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동부와 서부 그리고 크림 반도가 각각 독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친 러시아와 친 유럽으로 맞서고 있는 동부와 서부, 그리고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가 구 소련 당시 우크라이나에 편입된 크림 반도 지역, 세 지역의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새로운 집권층이 얼마나 국민들과 협력을 하며 나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일간지인 '더 데이'는 "과거 보다 국민들이나 시민 단체가 성숙했다"라고 썼습니다. 10년 전 한 차례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데 대해 국민들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는 것, 이것이 지금 우크라이나가 가야할 길입니다.

흑해 함대와 가스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유럽도 마찬가지, 유럽으로 들어오는 가스가 통과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사태의 여파로 러시아는 약속한 150억 달러를 다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 쪽으로 간다고 판단되면 몇년 전 처럼 겨울에 가스 공급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독일이나 영국에서는 벌써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역시 독일의 태도가 관건입니다. 그대로 두면 우크라이나가 주저 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도 방관하고만 있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신문들은 유럽의회가 몰도바에 자유 통행을 허용한 사실을 부러움을 곁들여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쉥겐 협약 국가에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꿈입니다. 티모센코 전 총리는 친 유럽파이지만 총리 시절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를 직접 만나 가스 공급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시킨 바 있습니다.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얼마나 자국의 이익을 지켜낼 것인가,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이끌어 갈 집권층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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