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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이나 사태 '신중 모드'…러시아 눈치 보나?

"모스크바와 협조할 일 많은데"…러시아 반발에 난감

美, 우크라이나 사태 '신중 모드'…러시아 눈치 보나?
우크라이나 정국이 예측불허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신중 모드'를 보이고 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속히 거국 연립정부를 구성하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정국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극도로 불투명해 섣불리 발을 담그는데 조심스러워 하는 기류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치와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해보인다.

우크라이나 문제 전문가인 앤드루 바이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도피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상황이 어떻게 될 지, 권력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바이스는 특히 "러시아가 지난 주말을 거치며 보인 반응이 워싱턴으로서는 걱정스런 대목일 것"이라며 "지금 미국 정부의 입장은 극도로 신중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가졌을 때만 해도 양국은 이번 사태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듯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당 지도자들 간의 합의가 무산되자 양국은 분쟁을 조기 종식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태도는 하루 만에 달라졌다.

2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야당 지도자들을 '폭도'라고 규정하고 이들의 불법행위를 막고 정국을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러시아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소련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러시아로서는 친러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이 가져올 부정적 여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권력 공백기를 거쳐 미국과 서방세력이 주도하는 정부가 들어설 경우 동구권 내에서의 러시아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고 에너지 수송로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러시아의 우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미국과 서방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잡은 유센코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가스관을 폐쇄한 바 있다.

스티븐 파이퍼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AP통신에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보조를 맞출 경우 러시아가 대(對) 유럽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풀이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반발은 미국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가 예정된 구제금융을 해주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넘어가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미국이 맞닥뜨린 외교현안을 해결하는데 있어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한 점이다.

특히 시리아 평화회담과 이란 핵협상을 풀려면 러시아의 역할은 결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시리아 인도주의 결의안 채택과정에서도 미국은 비토권을 가진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초 케리 장관은 인도네시아 방문 과정에서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며칠 뒤 국무부 관리들이 나서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긴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부 정국상황 추이와 러시아의 반응을 살펴보며 '개입'의 방향과 정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 2인자에 해당하는 윌리엄 번스 부장관은 이번주 중으로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로 향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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