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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라인 마야부인

부여 왕흥사지에서 석가모니 출산 마야부인 추정 청동인물상 발굴

[취재파일] S라인 마야부인
정반왕의 왕비 마야부인은 출산일이 다가오자 친정에서 아이를 낳기 위해 길을 나섰다. 룸비니 동산에 이르렀을 때 마야부인은 산기를 느꼈다. 잠시 무수나무 가지를 잡고 서 있는데, 갑자기 옆구리로 석가모니가 태어났다.

많은 사람에게는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외친 석가모니의 탄생 순간이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전 석가모니의 어머니는 이런 출산의 과정을 거쳤다.

출산하는 마야부인을 형상을 한 청동인물상이 출토되어 화제이다. 부여 왕흥사지에서 이뤄진 지난해 발굴조사에서 발굴이 되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진짜 마야부인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국내에서는 최초이다.

권란 취파
(6cm 길이의 청동인물상)

이번에 발굴된 청동인물상은 크기가 6cm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작다. 주름이 늘어진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이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다. 얼굴은 하늘을 쳐다보는 듯 치켜들었고, 허리와 골반은 살짝 비틀었다. ‘바디라인이 S라인’이다.

권란 취파
(마야부인상 얼굴 표정 : 자세히 들여다보면 움푹 들어간 눈, 입과 살짝 나온 코가 보인다. 모나리자의 미소만큼 미묘한 표정이다. 방향에 따라 표정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도 하다.)

발굴팀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흔치 않은 형상에 놀랐다고 한다.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전체적인 모양새가 ‘마야부인’과 닮지 않았냐는 추측이 대세였다. 길게 두른 사리 차림에다, 무수가지를 잡고 있는 듯한 자세가, 지금까지 알려진 마야부인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권란 취파
(마야부인상 사방 모습)

보통 다른 불교국가에서 보이는 마야부인은 대부분 옆구리로 석가모니가 출생하는 모습까지 담고 있는 게 많다. 네팔국립박물관에 있는 마야부인 부조에서는 석가모니가 출생한 뒤 옆에 따로 그려져 있는 게 있다. 이른바 ‘독립형’이다. 왕흥사지 마야부인상도 이런 ‘독립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야부인상의 날씬한 몸매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석가모니를 이미 출산한 뒤의 모습이어서 배가 쏙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한 점은 존재한다. 첫째, 석가모니가 함께 발견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석가모니 탄생불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에 발굴되지는 않았다. 만약에 석가모니상이 있다하면, 마야부인상이 6cm 였으니 그보다는 좀 더 작았을 텐데,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진다. 두 번째 의문점은 오른손을 들고는 있지만 무수가지를 잡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발굴팀은 청동인물상이 오랫동안 묻혀 있었으니, 그동안 얇고 작은 무수가지는 부식되어 사라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야부인상의 제작 시기는 삼국 시대로 보인다. 발견이 된 건 고려최하층이었지만, 고려층 바로 밑에 백제층이 있었으니, 백제의 유물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7년 왕흥사지에서 577년에 만들어진 사리기가 출토되었는데, 발굴팀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마야부인상의 형태가 다른 백제의 조각상과 유사하다는 점도 백제 시대 유물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마야부인상이 없었으니, 인도나 중국 등 교역국에서 온 건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만드는 삼국시대 인물상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고, 몸의 균형감, 조각 수법과 기법이 백제 시대의 기술과 닮아 있다고 발굴팀은 설명한다. 백제 조각으로서도 선례가 없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국보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작은 조각의 쓰임새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석가모니 조각상과 함께 있었다면 작은 예배용이나 봉안용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천주교에서 성모마리아를 믿고 따르는 것처럼, 불교에서도 마야부인을 신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마야부인상이 맞는지, 언제 제작되었는지,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역사 속에는 아직도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나 보다. 그래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유물이 등장한다는 건 문화계나 학계, 국민들에게도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얼른 청동인물상의 비밀이 밝혀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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