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어느 날, 빙상장을 찾았다가 스케이트를 타게 된 7살 꼬마는 2014년 2월 '피겨 여왕'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습니다. 18년간 신은 스케이트를 벗고 정든 얼음판을 떠나는 김연아, 그녀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봤습니다.
김연아는 2006~2007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3위에 오른 뒤 프랑스 파리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르며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자격을 얻었는데요. 시니어 데뷔 무대에서 '록산느의 탱고', '종달새의 비상'으로 성숙한 매력과 함께 순수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조금씩 피겨 여왕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김연아는 2007~2008 시즌에서 '박쥐 서곡', '미스 사이공'을 선보였습니다.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랑프리 컵 오브 러시아 FS(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2008~2009 시즌의 프로그램은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였습니다. 여왕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김연아는 이 시즌에서 자신의 롤모델 미셸 콴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세계 선수권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김연아는 한국 피겨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제임스 본드 메들리'로 본드걸의 관능미를 뽐냈고 '조지 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로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결정체를 보여줬습니다. 세계 그 누구도 김연아를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김연아는 당당하게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선물했습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계최고기록 228.56점을 기록했는데요. 이 228.56점은 2012년에 기네스북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2010~2011 시즌은 김연아가 은퇴를 고민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더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 '지젤'과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마음을 담은 '오마주 투 코리아'를 선보인 거죠. 이어서 2012~2013 시즌에서 '뱀파이어의 키스', '레미제라블'을 선보이며 무결점 클린 연기의 진수가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소치에서 김연아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와 '아디오스 노니노'로 이별 의식을 치렀습니다. 온몸으로 말하는 작별 인사를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녀에게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승리자 김연아. 그녀가 있어서 대한민국은 행복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