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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음의 소셜 게임 '넥노미네이트'

[취재파일] 죽음의 소셜 게임 '넥노미네이트'

-희생자 속출하고 있는 스마트폰 세대의 음주 게임-

유덕기 기자 dkyu@sbs.co.kr

작성 2014.02.23 07: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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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죽음의 소셜 게임 넥노미네이트
 ‘스마트폰, SNS, 술’...제가 늘어놓은 것들은 경제력이 어느 정도 있는 나라의 20대 젊은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한국의 20대들도 해당되는 키워드입니다. 그리고 호주에서 시작돼 아일랜드와 영국까지 번진 '넥노미네이트(Neknominate)'게임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넥노미네이트'는 음주 게임입니다. 불과 2달 전쯤에 호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호주의 20대 젊은이들에게서 인기를 끌더니 금새 아일랜드와 영국의 젊은이들에게까지 번졌습니다. '넥노미네이션(Neknomination)'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게임 방법은 이렇습니다. 0.5리터가 넘는 술에 갖가지 음료나 식재료를 섞은 '잡탕술' 을 만들어 단숨에 마십니다. 마신 사람은 뒤이어 '잡탕술'을 만들어 '원샷'할 사람을 지목합니다. 이런 과정을 모두 촬영해 페이스 북에 공개 등록합니다.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내에 똑같은 과정을 수행한 뒤 다음 주자를 지목합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동영상과 SNS를 이용한 '소셜 릴레이 음주 게임'입니다. SNS와 술을 좋아하는 젊은이라면 재미있을 법합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은 호주에서 시작된 지 불과 두 달도 안 돼 빠른 속도로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전파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넥노미네이트의 수위가 상식선을 넘어섰습니다. 페이스북과 유뷰트에서 넥노미네이트를 검색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공개된 영상 속 20대들은 1리터 가까운 보드카나 진을 한번에 마십니다. 이 술들은 한국의 소주보다 훨씬 독한 것들입니다. 이정도면 얌전한 편입니다. 술에 개의 사료나 죽은 쥐를 넣어 갈아 마십니다. 살아있는 금붕어를 넣어 마시는 영상도 있습니다. 페이스 북이나 유튜브에서는 엽기영상인가 싶은 넥노미네이트 영상이 줄을 잇습니다.  

 그런데 술만 기괴해 지는 게 아닙니다. 마시는 방법은 더 희한합니다. 상점에 말을 타고 들어가서, 말을 탄 채 술을 마십니다. 화장실에서 변기에 술을 따른 뒤 물구나무를 선 채로 술을 마시는 영상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해외토픽'으로 소개될만한 엽기적인 내용입니다. 외신들은 넥노미네이트 게임이 갈수록 기괴해 지는 이유는 뒷 순서로 지목 될수록 앞의 사람보다 더 대담한 방법을 쓰는게 암묵적인 약속처럼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 합니다.

페이스북 540 전세계 어디든지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종교적인 이유로 말입니다. 넥노미네이트가 모두에게 즐거운 소셜게임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넥노미네이트의 다음 주자로 지목된 사람이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넥노미네이트를 거부할 경우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로부터 조롱을 당한다고 미국의 CNN방송은 전합니다. 20대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친한 친구들 혹은 건너 아는 이들에게 조롱받는 다면 스트레스가 클 겁니다. 일종의 '또래압력'이 있는 겁니다.

 이달부터는 넥노미네이트를 더 이상 '게임'으로 보기 어렵게 돼버렸습니다. 지난 8일 영국의 20대 남성이 1리터 가까이 되는 '진(알코올 함량 40%인 술)'을 한번에 마신 뒤 이틀 뒤 갑자기 숨진 것을 비롯해 이달들어 게임과 관련해  5명이 숨진겁니다.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신 뒤 탈이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위한 게임이 아닌 죽음의 게임이 된 겁니다. 이렇게 되자 넥노미네이트를 주시하고 있던 영국과 아일랜드의 언론들, 그리고 대서양 건너 미국과 캐나다 언론들까지 나서서 넥노미네이트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지나치게 강한 술을, 그것도 많은 양을 단번에 마시게 하고, 가끔은 이상한 재료도 넣습니다. 다음 마실 사람을 지목하며, 지목받은 사람은 마셔야 하는 압력이 존재 합니다. 이런 점들은 한국 젊은이들의 술자리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오래전부터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갑작스레 많은 양의 술을 마시거나, 강요된 술을 마시다 목숨을 잃어온 한국입니다. 넥노미네이트를 둘러싼 논란과 죽음은 다시 한번 과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끼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SNS와 스마트폰 동영상을 즐기고, 또래집단 문화가 강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설마 넥노미네이트가 유행할까 노파심이 들기도 합니다. 영미권의 넥노미네이트를 둘러싼 논란이 과음에 관대하고, 술 강요를 당연시하는 한국인들에게,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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