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오늘 드디어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집니다. 오늘 아침 금강산으로 출발해서 2박 3일 동안 여섯 차례, 모두 11시간의 만남을 갖는데요. 지난 해 추석이죠. 이산가족 상봉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무산 되서 억장이 무너졌던 가족들, 지금 얼마나 설레고 떨리실까요. 그 마음 미리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64년 만에 아들을 만나게 된 두 분, 차례로 연결해봅니다. 먼저 아흔 두 살, 92세 강능환 할아버지, 전화 연결합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안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젯밤 잘 주무셨어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잘 잤습니다. 덕분에.
▷ 한수진/사회자:
아유, 기분이 상당히 좋으시네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아흔 두 살이신데 목소리도 참 정정하시고.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덕분에.
▷ 한수진/사회자:
지금 꿈인가 생신가 그런 생각 드시죠?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편안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 할아버님 고향은 어디세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황해도.
▷ 한수진/사회자:
황해도?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신천군
▷ 한수진/사회자:
신천군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구월산
▷ 한수진/사회자:
구월산, 아.
▷ 한수진/사회자:
이번에는 아드님을 만나신다고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헤어질 때 아드님이 몇 살이었어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이번에 처음 만나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아드님이 계신지도 몰랐다는 말씀이세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그렇죠, 네. 아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건데 처음으로 생전에 처음 만나는 순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래요. 그러면 아드님이 북에 있다는 소식은 언제 들으셨는데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제가 거기서 결혼하고 4개월 만에 나왔거든요. 결혼하고 넉 달 만에 나온 바람에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거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랬군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그랬더니 임신 되가지고 자식이 있다는 소식만 알고 있는 거지 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습니다. 이번 처음에 만나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면 당시에는 혼자 내려 오신거구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형님하고 내려왔죠.
▷ 한수진/사회자:
아, 형님과 같이 내려오시고 가족들은 같이 내려오시지 못하고.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아드님이 북에 계시다는 소식을 알게 되신 거예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그렇죠. 여기서 북에 아들이 있다는 적십자를 통해가지고서 알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유, 처음엔 깜짝 놀라셨겠는데요. 얼떨떨 하셨겠어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얼떨떨하죠. (웃음)
▷ 한수진/사회자:
그럼 언제 내려오신 거예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1.4 후퇴 때 내려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1.4 후퇴 때 할아버님 내려오셨군요. 근데 그때는 잠시 내가 먼저 가 있겠다, 그렇게 말씀하셨다구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그렇습니다. 잠깐 나왔다 들어간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뭐 이렇게 한 60년 흘렀네요.
▷ 한수진/사회자:
아이고, 참, 세월이 너무 야속하겠어요, 할아버님.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그렇습니다. 그럼 뭐 어떡합니까. 세월이 그런 걸. 세월에 따라 살아가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북에 두고 온 아내 분은 지금 세상을 떠나셨다고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글쎄, 그러니까 여기 명단에도 나오지 않고 하는 거 보니까 아마 사망한 것 같아요. 죽은 듯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아드님 만나서 한 번 물어보셔야 되겠네요. 그런데 아드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아실 수 있겠어요? 한 번 보지도 못하셨는데.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글쎄, 핏줄이라는 건 있다는 거니까 그래도 만나면 100 프로는 몰라도 한 70 프로는 닮았을 거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생면부지 아들을 60년 만에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도 만날 수 있는 건데 북한의 아드님이랑 꼭 해보고 싶으신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으세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글쎄, 만나면 뭐 꼭 하고 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어디 있겠어요. 그냥 얼싸안고 그저 같이 영원히 같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니까 기대를 많이 하고 우리 기다리자, 건강하자고. 파이팅.
▷ 한수진/사회자:
(웃음) 아드님 위해서 선물도 많이 준비하셨다고 들었는데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네, 조금 준비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지금 북의 아드님께서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 말씀만 좀 해보신다면. 어떤 말씀하시겠어요?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야, 이름이 정국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나이가 62세인가 됐다고 하는데, “정국아, 애비다. 만날 때까지 건강히 기다려다오, 만나서 포옹하고 반가운 소식 전하길 간절히 바라면서 하여튼 만나서 회포 풀기로 하고 하여튼 건강해서 기다려주길 바란다. 파이팅!
▷ 한수진/사회자:
예, 파이팅. 아버님,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시고요. 모쪼록 오랫동안 꼭꼭 담아놨던 얘기, 다 풀어내시고 오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할아버님.
▶ 강능환 할아버지(92세):
감사합니다. 네.
▷ 한수진/사회자:
예, 지금까지 아흔 두 살의 강능환 할아버님 만나봤고요. 자, 이번에는 이금자 할머님, 만납니다. 아유, 할머님도 연세가 많으시네요. 여든 일곱 살이십니다. 87세, 할머님, 안녕하세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네.
▷ 한수진/사회자:
어젯밤에 잠은 잘 주무셨어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잠이 잘 안 오지, 잠이 오나요?
▷ 한수진/사회자:
너무 설레서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뭐 기쁘고 저기해가지고 만나면 어쩌나, 어떻게 내가 저기를 하나, 감당을 해야 하나, 하고 그냥 아유...
▷ 한수진/사회자:
잠도 제대로 못 이루셨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밥도 잘 못 먹고 며칠을 그래놨더니 힘도 없어 더, 서있느라.
▷ 한수진/사회자:
오늘 상봉하시고 좀 많이 드시고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누셔야 될 텐데 말이죠. 할머니, 근데 지난 추석 때 상봉이 예정 됐다가 무산이 됐잖아요. 그때 많이 서운하셨죠?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 때 준비도 다했죠, 가려고 다. 선물까진 다 사놓고 비상약까지 다 만들어 두고 내가 구급약까지 다 준비해 놓고 거기 이산가족에서 쓰라는 대로 다 했죠. 쓰는 대로.
▷ 한수진/사회자:
그러다가 못 만나셨으니 갑자기 무산됐으니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셨겠어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아유, 그러는데 이번에 또 고맙지 뭐...
▷ 한수진/사회자:
할머니는 고향이 어디세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나는 경기도(지금의 황해도) 연백군 영도면 현암리가 내 자란 고장이고 나서 자랐고.
▷ 한수진/사회자 :
정말 휴전선만 없으면 너무 가까운 거리네요. 할머니.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렇죠. 휴전선만 아니면 여기 뭐 한 몇 십리 안 되는 거죠. 저 강화도에서 우리 고향이 뻔히 보이는데 가면. 나 자라던 고향에 소리산이라는 꼭대기가 보이는데 뭐.
▷ 한수진/사회자:
예, 아직도 고향 풍경이 생생하신 모양이에요. 근데 할머니 오늘 만날 아드님이 아직도 거기 사세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글쎄 가봐야지.
▷ 한수진/사회자:
북에는 어떤 가족들이 계세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시아버님, 시어머님 다 돌아가셨겠지. 시누이들이 있고 막내 시동생 박태명하고 내 아들 박순권 하고 이제 거기(명단에) 다 나왔더만요.
▷ 한수진/사회자:
근데 아드님이 모두 세 분이신데 그 한 분만 지금 만나게 될 둘째 아드님만 같이 못 내려오신 거예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렇죠, 부모님들이 나는 두고 잠깐 갔다가 너희들만 갔다 와라, 했는데 이렇게 된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남편이랑 첫째 아들, 셋째 아들은 다 데리고 내려오셨는데 둘째는 못 데리고 오셨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렇죠. 갓난 애기 업고 나오는데 아이를 어떻게 셋 씩이나, 나 혼자서.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금세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 때 헤어질 때, 아드님이 네 살이었다면서요. 그 네 살 난 둘째 아들, 평생 정말 너무나 미안했겠어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러니까 부모님들이 못 데리고 나가게 어떻게 세 아를 데리고 나가냐, 큰 아들은 걷지만은...
▷ 한수진/사회자:
이제 그 아이가 어른이 됐고 알아보실 수 있겠어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네 살 적의 얼굴이야 또 알아보겠죠 뭐. 먼저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부터 물어야지 진짠지 가짠지.(웃음) 그렇게 해서 묻고 알아보겠죠. 걔는 조금 다른 애들보다 이쁘게 생겼고 얼굴도 하얗고 눈도 가느스름하게 여자 같이 생겼었는데...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근데 남편 분은 먼저 저세상으로 가셨다는데 같이 둘째 아드님 못 보셔서 많이 속 상하셨겠어요.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럼 뭐 어떡해요.
▷ 한수진/사회자:
생전에 말씀 많이 하셨죠.
▶ 이금자 할머니(87세):
많이 하다마다 뭐, 추석 때만 되면 부모님들 생각하고 뭐 산꼭대기 올라가서 울고 앉았던 분인데 뭐.
▷ 한수진/사회자:
음, 고향 바라 보면서.
▶ 이금자 할머니(87세):
그렇지.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오늘 선물도 많이 챙기시고 했다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들 만나십니다.
▶ 이금자 할머니(87세):
하여튼,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셨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에요. 그래도 소중한 추억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 이금자 할머니(87세):
네, 수고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예, 할머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87세 이금자 할머니 만나봤습니다.
자, 가족과 함께 60년을 넘게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마음을 다 알까요. 그리워하는 마음, 그 한이 조금이라도 가시게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좀 정기적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오늘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이 그 첫 단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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