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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0년 가문 몰락…프랑스의 자존심 '푸조'는 어디로?

[월드리포트] 200년 가문 몰락…프랑스의 자존심 '푸조'는 어디로?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가 무너졌습니다. 정확히는 회사를 소유해 온 푸조 가문이 몰락했습니다. 푸조와 시트로엥 자동차를 생산하는 PSA그룹은 중국 자동차회사 둥펑과 프랑스 정부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누적 적자로 현금이 말라 자금 수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에 이어 유럽의 2인자였고, 프랑스에서 강자였던 푸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푸조의 역사는?

푸조는 1801년 생긴 가족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커피 분쇄기를 만들었고 자전거도 생산했습니다. 푸조라는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 것은 1896년입니다. 올해로 118년된 역사 깊은 회사입니다. 지금은 창업 8세대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트로엥은 1975년 인수했습니다.

푸조는 왜 몰락했나?

세계화에 실패했습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전 세계에 현지 공장을 짓고 신흥 시장 확대 전략을 폈습니다. 필요하다면 큰 회사들끼리도 상호 협력을 마다 하지 않았습니다. 푸조는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유럽에서는 강자였지만 유럽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유럽 내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습니다. 구조조정 만으로는 생존하기 힘든 사업 구조였습니다. 현금이 부족해 외부에 손을 벌리게 된 겁니다.

푸조의 지분 구조는 어떻게 바뀌나?

현재 푸조 가문은 회사 주식의 25%를 보유하고 있고, 의결권은 38%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둥펑과 프랑스 정부가 각각 8억 유로(약 1조 1720억원)를 투입해 증자에 참여합니다. 그러면, 푸조, 둥펑, 프랑스 정부가 각각 14%씩 공평하게 지분을 나눠 갖게 됩니다. 푸조 가문은 이사회 멤버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여야 합니다. 지분 참여를 하는 세 주체가 2명씩 똑같이 이사회에 참여해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푸조 가문의 단독 지배가 막을 내리게 된 겁니다.

푸조가 얻는 것은?

둥펑과 프랑스 정부의 자본 참여로 푸조는 심각했던 현금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웠는데 시간을 벌 수 있게 됐습니다. 자금 유입으로 현재 추진중인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파트너인 둥펑이 중국 2대 자동차 메이커이기 때문에 유럽 밖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의도는?

일자리 지키기입니다. 푸조의 프랑스 내 생산공장에서 9만1천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간접 고용 효과를 고려하면 20만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프랑스 경제가 어려운데 푸조가 파산하거나 외국 기업에 통째로 넘어가면 프랑스 공장 폐쇄가 불가피해 이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 투입을 선택했습니다. 지분 참여가 결정된 뒤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프랑스 내 푸조 공장의 추가 폐쇄는 없다. 구조조정을 이미 마쳤고, 충분히 고통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노동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성공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까?

데자뷰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파산 위기에 처한 미국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에 6백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10곳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수 천명이 해고됐으며 살아 남은 직원들의 급여는 깎였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살아 남아, 38억 달러(약 4조 470억원)의 수익을 냈고 미국 정부는 지분을 정리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보도했습니다. 반면, 푸조의 경우는 투자자인 프랑스 정부가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푸조 가문이나 둥펑이 회사 생존을 위해 추가 구조조정을 요구할 때 3자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지가 관심의 대상입니다.

둥펑은 무엇을 노렸나?

둥펑은 중국 2위 자동차 회사입니다. 둥펑은 푸조와 1992년부터 파트너십을 맺었고, 일본의 닛산, 혼다, 우리나라의 기아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십은 중국 내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 세계 진출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칼루스 파우르 입소스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AFP와 인터뷰에서 “둥펑은 자본 참여를 통해 푸조의 기술과 지식, 경험을 배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존 쳉 LMC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기술적인 전문 지식은 오랜 세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기술 이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파우르 애널리스트는 “중국산 자동차는 품질, 신뢰성, 고성능 측면에서 아직 유럽 시장에서 팔리기 어렵지만, 둥펑은 PSA와의 결합을 통해 자기 브랜드로 승부하는 길고 험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고 덧붙였습니다.

3자의 승부는 10년 뒤에?

이번 계약에서 푸조, 둥펑, 프랑스 정부 이렇게 3자는 10년간 각자 지분을 늘릴 수 없게 했습니다. 10년간 회사를 살리는데 집중하며 평화를 지키자는 거죠. 하지만, 지분 이동이 가능한 10년 후를 대비한 각자의 전략이 있을 겁니다. 푸조 가문은 명예 회복을 위해 회사를 회생시키고 10년 후에는 지분을 추가 인수할 계획을 짜고 있겠죠. 프랑스 정부는 고용 안정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지키려 할 것이며, 10년 후에도 프랑스 내 일자리 문제 때문에 둥펑이나 외국 자본에 정부 지분을 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누가 알겠습니까? 1970년 대 푸조에 투자했던 미국 크라이슬러가 프랑스 정부의 국유화 이슈에 놀라 지분을 정리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오히려 둥펑이라는 외국 자본과 함께 협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둥펑은 10년 이내에 최대한 선진 노하우를 배우자, 그 다음에는 가능하다면 자본 인수 아닐까요? 어쩌면 10년 후에는 사자 로고가 달린 프랑스 자동차 푸조가 중국 회사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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