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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눈이 건물 무너뜨릴 수도…공포의 습설

<앵커>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들 짚어보겠습니다. 한 가지 원인은 물을 머금은 눈, 바로 습설입니다. 따뜻한 공기가 만든 습한 눈은 결정체 속에 습기가 꽉 차서 이렇게 6각형 모양을 띱니다. 결정체가 나뭇가지 모양인 건조한 눈에 비해서 밀도가 높아서 세배 더 무겁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눈이 지붕 위에 조금만 쌓이면 무게가 수십 톤, 면적에 따라서 백 톤을 훌쩍 넘길 수도 있습니다.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비닐하우스는 축 처졌고 뼈대는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축사 지붕은 아예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쌓인 눈을 머리에 이고 사는 주민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남갑준/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 눈이 많이 쌓여서 뿌직 뿌직 소리가 나더라고요. 금방 무너질 것 같아서 긴급 구조요청을 했습니다.]

습설이 이렇게 잘 뭉치고 무겁다 보니 치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소방대원 6명이 지붕 위 눈을 치우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립니다.

[김만하/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산악구조팀장 : 실제로 (눈 뭉치) 한 개를 들 때는 가벼울 수 있지만, 많은 눈이 쌓이다 보니까 상당히 무겁고 위험하고 집이 순식간에 붕괴가 될 수 있고….]

경주 체육관 붕괴사고 역시 습설의 무게가 문제였습니다.

지난 6일부터 경주 시내에 내린 눈의 양은 40cm가 넘고, 마우나 리조트에 가까운 울산 북구에도 지난주 최대 52cm의 적설을 기록했습니다.

1제곱미터에 50cm의 눈이 쌓일 경우 습설의 무게는 150킬로그램에 이르는데,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면적이 1200제곱 미터인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 무게는 180톤에 달합니다.

15톤 대형트럭이 12대나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것과 같은 상황인 겁니다.

어제 (17일) 비가 내리면서 일부 눈이 녹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붕 위에 고르게 쌓여 있던 눈이 녹아 낮은 쪽으로 몰리면서 한쪽으로 적어도 수십 톤, 최대 100톤이 넘는 물과 눈이 몰렸다는 겁니다.

[심재현/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 : 눈이 녹았다가 얼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에 한쪽으로 하중이 쏠리는 그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순식간에 건물을 무너뜨리는 습설의 공포.

지붕에 쌓인 눈은 가능한 빨리 제거해야 하고 직접 제설하기 어렵다면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붕괴 사고에 대비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김흥기,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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