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업 스파이다"
"북한과 내통해 각성제를 밀반입하려 했다"'
구구한 억측을 낳았던 日 내각부 직원 S씨(30살)의 미스터리는 결국 '치정'으로 결론 내려지고 있습니다. 일본에 두고 온 내연녀를 못 잊어 벌인, 이른바 '똘기(?) 충만한 기행'이라는 게 일본 수사당국의 결론입니다.
"이혼소송…내연녀 못 잊어 벌인 기행"
일본 경찰도 처음에는 '북한과 짜고 각성제를 밀반입하려 했다'는 의심을 가지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S씨의 메일을 확보해 분석한 뒤 '스파이' 가능성을 배제했고, 결국 지난 4일 소리 소문없이 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이런 류의 사건은 주간지나 여성지가 특히 목을 매고 취재합니다. 사건 발생 직후 잠시 관심을 보였던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은 최근 전혀 기사를 쓰고 있지 않은데, 오늘 일본 주간지 '여성자신(女性自身)'이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S씨는 현재 일본에 있는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0일 S씨의 시체를 확인한 것도 법적 아내인데, 일본 언론에 "나는 계약상 아내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위장결혼' '합의없이 호적에 올렸다'는 등의 이유로 S씨 부부는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S씨에게 아내 말고 따로 내연녀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미국 연수를 간 이후, 이 내연녀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S씨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일본 경찰 관계자는 "S씨가 내연녀에게 메일을 보내도 답장을 못 받고,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신분인 S씨는 일본으로 맘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 공무원들은 연수 기간 귀국이 불가능합니다. 본국의 허락을 얻어서 지정된 나라에만 갈 수 있고, 일본에 귀국하면 공용여권은 효력을 잃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S씨가 선택한 것이 '부산->큐슈 밀입국'이라는 얘깁니다.
"쏟아지는 여성 편력"…그러나
일본 주간지 '여성자신'에 따르면, S씨는 여성편력이 심했다고 합니다. 내각부 근무 시절에도 여성 아르바이트생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미국 유학중에도 '여성 트러블'이 있다고 일본 공안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서 전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연락이 끊긴 내연녀 생각에 빠져서인지 행동거지도 이상했다는 관계자들의 말도 전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커리어 관료로서 어떻게 이런 단순한 생각을 할 수 있나..."라고 의아해하면서도, 결국은 '똘기(?) 충만한 기행'으로 결론짓고 있습니다.
동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습니다. S씨가 그렇게 힘들게 일본에 와서,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S씨는 수중에 일본 엔화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신분을 숨기고 일본에 왔기 때문에 카드를 쓸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S씨의 밀입국을 도운 사람은 없다는 게 한국 수사당국의 결론입니다만, 무일푼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한 S씨가 타인의 도움없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는 무려 1,200km 거립니다. 내연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더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본 언론, 실망감에 따른 '침묵의 공조?'
일본을 관찰하는 도쿄 특파원으로서 흥미가 생기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부텁니다.
S씨가 '산업스파이' '북한과 연계된 일본 첩보원'이 아니라 '치정에 얽힌 기행'을 벌인 것이라면 사실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일본 언론의 태도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S씨는 캐나다의 소위 일류 대학을 거쳐 동경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지난 2010년 경력직 관료로 내각부에 채용됐습니다. 평소 큰 그림보다는 디테일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일본 언론이, 이런 S씨의 미스터리 같은 죽음을 잘 다루지 않는다는 게 개인적으로 많이 이상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살인사건 등을 보도할 때, 용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합니다. 얼굴은 물론이고 집, 학교, 친구관계까지 TV화면에 드러냅니다. 일례로 얼마전 오사카에서 한국계 여성이 영아 살해 혐의로 체포됐는데, 일본 언론은 해당 용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TV에 내보냈고, 모자이크 없는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S씨 사건은 달랐습니다. 일본 언론이 정말 좋아할 만한(?) 사건인데도, S씨의 얼굴이나 가족관계 등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권 중시 보도라는 관점에서는 익명 보도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후쿠오카 경찰과 일본 해상보안청이 사실상 수사 종결한 지난 4일 이후, 일본 메이저 언론은 S씨 사건에 관심을 끊었습니다. 가장 최근 보도는 지난 금요일(14일)에 나온 단신으로, 한국 경찰의 수사상황을 간단히 전하는 수준입니다. 내용도 "8일 부산 행적이 마지막" 즉 이로써 끝내자는 취집니다.
왜 그럴까요?
일본 언론이 갑자기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강하게 의식했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일본 언론들의 'S씨 관련 보도'에서는 일종의 탄식이 느껴집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망신이다" 뭐 이런 류의 탄식 말입니다. 일본 내각부의 협조요청이 있었는지 아니면 암묵적인 자발적 공조가 있었는지는 외인(外人)인 한국 기자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공무원-기자 관계에서 '공무원 우위 경향'이 한국보다 훨씬 강한 것이 일본입니다. 일본 정부 기관은 미리 약속돼 있지 않으면 취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돕니다. 또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한 것이 또한 일본입니다. 일본 언론이 S씨 사건과 관련해 '비상한 일사불란함'을 보인 이유가 혹시 이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라는 의심이 쉽게 떨쳐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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