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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수갑차고 출산"…어느 10대 산모의 수난

거꾸로 가는 이집트의 인권시계

[월드리포트] "수갑차고 출산"…어느 10대 산모의 수난
 소치 올림픽의 열기와 환호에 시선이 쏠려 있지만, 지구촌 곳곳에선 하루 하루 전쟁 같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혁명 이후 혼돈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올림픽 축제의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학살과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집트 SNS를 달군 한 장의 사진

2차 평화회담이 무산된 시리아에선 사망자가 14만을 넘어섰고 유엔도 집계를 포기했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와 반군부 세력에 대한 폭압적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이 곳 이집트에서는 SNS를 통해 퍼진 한 장의 사진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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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누운 한 여성의 오른 손목이 침대 난간에 수갑으로 묶여 있고, 옆에는 갓난 아기가 잠들어 있습니다. 이 여성은 지난 달 카이로 북부 슈브라 지역에서 체포된 19살 다합 함디씨입니다. 당시 임신 8개월의 다합씨는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반군부 시위 현장을 지나게 됐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됐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녀에 대한 구금 기간은 3차례나 별다른 이유도 없이 연장했고, 결국 나중엔 지난 해 여름 쿠데타로 축출된 뒤 테러단체로 지정된 무슬림 형제단 가입 혐의와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더구나 출산일이 머지 않은 만삭의 임신부였지만, 경찰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감옥에서 아이를 낳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다합씨와 가족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합씨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합씨의 가족이 19살 어린 산모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이집트 군과 경찰의 반인권적 처사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합씨의 가족들은 출산 때도 수갑을 풀어주지 않았고, 갓난 아이를 안아 볼 수도, 모유 수유를 할 수 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급한 이집트 당국은 수감자에게 병원에서도 수갑을 채우는 것은 국제적인 관행이며, 사진은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찍힌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SNS를 중심으로 한 거센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집트 검찰 당국은 다합씨에 대한 석방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출산이 임박한 산모에게 수갑을 채운 비인간적 처우로 군부의 재등장 이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이집트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국제 엠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광범위한 고문과 폭행 등 경찰과 군 등 공권력에 의한 광범위한 인권유린이 이집트에 만연해 있다며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검찰 당국은 공식적으로 이집트 내엔 양심수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되살아난 공권력의 공포…"그들은 독재자의 눈치를 볼 뿐"

무바라크 집권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이집트 경찰과 군 조직은 시민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사실상의 계엄 상태에서 민간인을 마음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는 일이 일상이었고, 피해자가 속출했었습니다. 시민혁명 이후 이런 공포가 잠시 사라지는 가 싶었더니 지난 해 여름 쿠데타는 이집트의 인권시계마저 거꾸로 되돌려 버렸습니다.

군부가 주도해 만든 새 헌법엔 아예 군의 민간인 체포와 재판회부를 합법화하는 조항이 삽입되는 등 곳곳에 군부의 특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수두룩합니다. 민주주의의 일반적 잣대로 보면 역행이자 후퇴가 분명하지만, 뿌리깊은 이집트의 기득권 세력가들은 요즘 말로 이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집트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알라 아스와니는 국민 누구도 뽑은 적 없는 공권력이 국민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공권력의 권위와 힘을 남용하도록 권위를 부여한 것은 민주적 선거를 통한 국민의 동의가 아니라 선출된 권력을 폭력을 무너뜨린 독재자이기 때문에 그들은 독재자의 눈치를 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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