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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랑스 영화에 조선시대 그림이?

영화 속 미술 작품

[취재파일] 프랑스 영화에 조선시대 그림이?
2005년 작 영화 ‘몽상가’들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최근 재개봉했다. 프랑스 68혁명 당시 젊은이들의 고뇌를 담은 영화인데, ‘19금 노출’로 더 화제가 되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영화 재개봉과 함께 엄청난 양의 홍보 보도자료 메일이 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영화 ‘몽상가들’에 조선시대 그림이?”

[취재파일] 프랑스

여주인공 이사벨의 방에 걸려있는 그림 가운데 조선시대 그림이 있다는 것이었다. 갓 스무 살이 된 여주인공의 방은, 영화를 캡쳐한 사진을 보면, 소녀적인 감성을 물씬 풍기고 있는데, 침대 위에 이국적인 그림이 여러 점 걸려 있다. 그 가운데 한 점이 조선시대 그림이라고 ‘매의 눈’을 가진 관람객이 찾아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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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강아지가 꿩 깃털 하나를 물고 뛰어다니고 있다. 천진난만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은 눈망울에서 다 드러난다. 한 방 쏘이면 엄청 아플 텐데, 위에 벌이 날아다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선 초기 화가 이암의 ‘견도(犬圖)’이다. 1959년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구입해 ‘꿩 깃털을 물고 있는 강아지(Puppy Playing with Pheasant Feather)'라는 제목을 붙여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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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암은 세종의 손자의 손자로 엄연한 왕족이다. 이암은 새와 동물을 소재로 한 ‘영모도(翎毛圖)’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고 알려져 있다. 왕족이 매난국죽이나 산수가 아닌 동물이나 그리고 있으니, 당시에는 지탄도 받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암은 꿋꿋이 많은 동물 그림을 남겼다. 이암은 상당한 동물애호가였던 듯하다. 이암의 또 다른 ‘개’ 소재 그림 ‘모견도’는 어미 개와 새끼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애틋한 어미 개의 눈빛과 마냥 엄마 품이 좋은 강아지들의 모습에서 진한 모성애가 느껴진다. ‘화조구자도’에서는 엄마 품에 안겨 있던 강아지들이 좀 자란 뒤 철모르고 뛰어다니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속 개들의 눈빛이며, 자세에서, 화가가 대상에게 얼마나 애정을 품고 있었는지가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영화 ‘몽상가들’에서 이런 강아지 그림이 배경으로 등장한 건, 여주인공이 아직은 어린 소녀의 ‘순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였을까.

흘려 보고 말아서 그렇지, 영화 속에는 미술작품이 종종 등장한다. 영화 장면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거나, 잘 살리는 소품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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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의 대저택에 걸려 으리으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샹들리에,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이용했던 샹들리에는 배영환 작가의 ‘불면증’이라는 작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우아하기만 한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크리스탈처럼 보였던 샹들리에 장식들은 모두 깨진 유리병이다. 도시의 밤은 언제나 반짝거리는 불야성이다. 하지만, 그 속에 쑥 들어가 보면, 다들 뭐가 그리 걱정이 많고 고민이 많은지, 잠에 들지 못한다. 작가는 겉과 속이 다른 현대사회의 풍경을 작품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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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에는 꽤 많은 미술 작품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러브(LOVE)' 조각으로 유명한 미국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마릴린’이다. 남주인공이 딸에게 생일선물로 주는 그림인데, 미술 시장에서도 ‘거물’로 통하는 인디애나이기에, 판화라 하더라도 그 가격은 수십억에 달한다. 주인공의 어마어마한 재력을 뽐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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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우 가운데 거의 ‘톱’으로 꼽히는 하정우 씨가 출연한 영화에는 다름 아닌 하정우 씨의 그림이 소품으로 쓰였었다. 영화 ‘황해’에서는 악당으로 등장한 남자의 내연녀 집 벽에 걸려 있다. 영화 ‘러브픽션’에서는 영화가 시작할 때 남주인공이 집단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작가와 작품이 동시에 출연한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 사건의 흐름을 쫓아가느라고 배경까지 신경써서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영화 속에서도 ‘명화’를 발견하는 깨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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