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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취재파일] 올림픽과 국적…그리고 안현수

[소치 취재파일] 올림픽과 국적…그리고 안현수
박근혜 대통령이 소치 동계올림픽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한 안현수 선수의 귀화에 대해 "혹시 체육계의 고질적인 부조리 탓"이 아니냐며 "잘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우리 선수도 아닌 러시아로 귀화한 안 선수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왜 저렇게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가 국적까지 바꿔 러시아에서 뛰게 됐을까'하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안현수의 귀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까 합니다.

안현수는 지난 2011년 12월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이중국적을 금지하는 국내 법에 따라 안현수는 우리나라 국적을 상실했습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는 김기훈과 김동성의 뒤를 잇는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다는 점에서 당시 국민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개막한 소치올림픽에서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나와 빙판을 휘젓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남자 1500m에서 3위에 올라 러시아에 올림픽 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을 선사했는가 하면 500m와 1000m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러시아 언론들도 연일 안현수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영웅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역대 올림픽에서 선수가 국적을 바꿔 출전한 사례는 많습니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6차례나 올림픽 여자육상경기에 출전해 8개의 메달을 획득했던 멀린 오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슬로베니아 국기를 달고 뛰어 화제가 됐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바트 벨드캄프는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과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국적으로 금메달, 동메달을 땄고 1998년 나가노에서는 벨기에 선수로 동메달을 목에 건 바 있습니다.

귀화선수는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때 중국 출신으로 귀화한 당예서 선수가 여자탁구 단체전에 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위해 캐나다에서 선수 한명을 특별 귀화로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국적을 바꾼 이유는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서 거나 상대 국가에서 경제적 지원을 포함해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현수 선수는 어떤가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합니다. 귀화 당시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해체돼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소치 올림픽을 앞둔 러시아로부터 코치직 보장을 포함한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현수 선수는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에 러시아행을 택하진 않았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파벌주의와 줄 세우기 등 빙상계의 황당하고 답답한 현실에 안현수가 고개를 흔든 게 사실입니다. 최고의 실력을 갖췄지만 병역혜택 등 다른 선수와 형평성 때문에 순위를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사전에 한 선수가 유리할 수 있도록 '짬짜미' 모의를 하기도 했고 여기에 안현수 선수가 희생양으로 이용당하기도 했습니다. 또 해당 코치가 선수지휘에 대한 전권을 발휘하며 성추행까지 일어나는 등 한국 빙상은 국제수준에 맞지 않게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단순히 안현수 선수가 돈 때문에 러시아를 갔다면 비난을 할 수 있겠지만 잘 아시다시피 국내 빙상계의 현실이 세계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도 욕할 수 없는게 분명합니다. 안현수 선수는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병역문제로 다른 선수가 우승해야 되니 1위를 양보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고 "그것을 거부했더니 감독이 화를 내며 그 이후에는 자신을 선발전에서 왕따를 시켰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스포츠의 불명예스런 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니죠. 지난해에는 태권도 판정에서 심판의 말도 안되는 판정패를 당한 선수의 학부모가 자살까지 했습니다. 유서에서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런점에서 스포츠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학부모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이해가 갑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문제를 놓고 "선수를 발굴함에 있어서 재능있는 분야의 선수들을 발굴하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심없는 지도자와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안현수 선수의 경우처럼 지도자들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선수 선발에 있어 차별적인 선택으로 훌륭한 인재들의 역량을 사장시키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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