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집값, 과연 계속 오를까?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의 비관론

[취재파일] 집값, 과연 계속 오를까?
요즘 신문을 보면, 부동산 시장에 드디어 훈풍이 부는 모양이다. 일부 인기지역에 국한된 얘기겠지만, 그래도 전에 없이 거래도 살아나고 집값도 회복기미를 보인다는 기사가 줄을 잇는다. “이대로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전세값도 오른다면, 다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것일까? 정부에서 이런 저런 지원도 해 준다는데…” 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 그 중 많은 분들은 “이거 막차 타서 상투 잡는거 아닐까?” 하고 불안할 것이다.

“집값, 이제는 오릅니다, 아니 최소한 바닥은 다졌습니다”라고 말할 사람들은 많이 있으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집값 비관론자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추천할 책이 “미친 부동산을 말한다”(선대인 지음)이다.

저자 선대인에 따르면, 집값은 도무지 오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추가 하락이 필연적이다. 최근까지 나타났던 주택거래 감소와 주택 가격 하락은, 현재의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층이 구조적으로 감소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시장의 인구는 줄고 나이는 많아지고 있다. 1990년대에 연간 50만명씩 늘던 수도권 인구 증가폭은 2012년 13.5만명으로 줄었다. 급증하는 60대 이상 노후세대는 매매 수요층이 되기는 커녕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 부동산 호황기에 과도하게 늘어난 건설업체들은 좀비 상태로 연명하며 끊임없이 아파트를 지어 밀어내기 분양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가계의 소득은 갈수록 준다. 집값은 집 없는 서민이 집을 사기엔 여전히 비싸며, 집을 사야 할 사람들은 이미 빚이 너무 많다. 그런데 어떻게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인가, 라고 저자는 끊임없이 묻는다.

저자는 정부의 이른바 '대책'을 강도높게 비판한다. 정부가 내놓는 주택시장 대책이라는 것들의 본질은, 아직 빚 내서 집 사지 않은 사람들이 빚을 얻어 주택시장에 뛰어들도록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들이 집값을 떠받치게 하려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데이터를 동원해 이런 논지를 주장한다.
설명하는 시야는 국내주택시장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부터의 국제경제의 흐름을 추적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는, 선진국발 화폐 남발로 부풀어올랐던 전세계적인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수많은 기관 투자자와 개인이 남의 돈을 빌려 부동산(또는 그에 기반한 자산)을 사들였다가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봤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투자했던 자산을 팔아 빚을 갚는, 고통스러운 ‘디레버리징’이 수년에 걸쳐 일어났다. 그 결과, 이제는 부채 규모가 많이 줄었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통스런 부채 축소의 과정 없이 어영부영 새로운 빚으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쳐 왔고, 이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정부는 집값이 급락해, 주택담보대출을 해 준 금융권이 큰 타격을 받는 사태를 일단 막아보려는 심산인데, (이른바 ‘연착륙 유도’), 사실은 나중에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는 ‘경착륙’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통스러워도 지금은 부동산 거품을 뺄 때”라고 역설한다. “자산 가치로 6,5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에 묶인 돈이 생산경제로 흐르지 않고는, 경기회복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일본의 실패를, 오히려 따라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90년대 초반, 일본과 스웨덴은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스웨덴 정부는 미적대지 않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도하면서 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뒤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했다. 불과 2년만에 스웨덴은 정상 경제 궤도로 복귀했다.

반면 일본은 부실채권 처리를 미루고 좀비 건설업체들을 연명시키는 토건 부양책으로 일관했다. 공공 건설 사업 예산이 소진되자 가계부채를 늘려가며 억지로 집을 사게 했다. 이것이 고령화와 맞물려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스웨덴처럼 “집값의 하락을 용인하라”고 주장한다. 적지 않은 주택소유주가 빚 부담을 견디지 못해 손해를 보고 집을 되팔아야 하겠지만, 지금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가계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나중에 경제 전체가 결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헐값에 팔린 집을 누군가 여력이 있는 사람이 되사면, 이 집들은 보다 ‘안전한’ 전세물건이 되어 시장에 나올 수 있고, 이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전세대란이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사람들이 빚을 얻어 오른 전세값을 지불하거나 집을 사도록 만든다면, 주택시장의 손바꿈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빚 내서 집 사지 말고 조금만 더 버티면”, 더이상 오르기 힘든 지경에 다다른 전세값도 차차 내려올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손절매로 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늘면 , 빚을 끼고 있는 주택의 전세금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현재와 같은 대책 (“돈 쉽게 빌리게 해 줄테니 집 사세요”)을 쓰는 이유는, 저자도 지적하다시피,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막아보려는 것이다.

저자의 전망에 따르면, “ 현재 아파트 가격은 서울 기준으로 31~44%, 전국 기준으로 30~42%가량 고평가 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최소 20%는 빠져야 거품 해소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면 1년 이내에 아파트값이 20% 이상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금융기관들이 대규모로 부실화되고, 경제 전체에 돈줄이 마르면서 엄청난 혼란이 닥칠 수 있다.  저자의 생각은 ‘거래활성화로 집값을 떠받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계 부채 폭탄이 터지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미리 부동산 버블에서 바람을 서서히 빼자’는 것이다.

반면 정부와 금융권은 ‘집값 하락유도’라는 작업이 예상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집값 하락이 시작되고 여기에 가속이 붙으면, 금융대란까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서민의 생계가 주택 건설과 거래에 연동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삿짐 운반, 청소, 음식 배달, 인테리어 공사, 가구 및 가전제품 판매 운송 등등, 수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서민들이 주택거래가 끊겨 생계에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로서는 이 문제도 눈감고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나온 뒤 제도권 금융에 종사하는 몇몇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대체로 ‘저자의 주장은 문제의 한쪽만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를 앞두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부동산업소에 가서 듣거나, 매체 지면에서 짧은 기사로 읽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심층적이고 넓은 시야로 집값 문제를 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이만큼 깊고 넓게 접근한 책을 서점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다. (웅진 지식하우스, 15,000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