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운동장이 어린이 활동공간이 아니라니…

[취재파일] 운동장이 어린이 활동공간이 아니라니…
  초등학교 다닐때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달려갔습니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좀이 쑤셔 교실에 앉아 있지 못했습니다.공을 차고 뛰고 소리지르는 바깥놀이의 멈춤은 늘 수업 시작종이 울릴때였습니다.헐레벌떡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을 보고 교실로 후다닥 미끄러져 들어가면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수업시작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기 까지는 대개 5분정도 걸렸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놀고 들어와도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간혹 화장실에서 볼일이 늦어져 선생님보다 늦게 교실에 들어오다 걸릴때면 꿀밤을 맞기도 했지만 어린이들의 쉬는시간 운동장행은 그칠줄 몰랐습니다. 공놀이만 한게 아닙니다. 편을 갈라 땅따먹기,비석치기,구슬치기,딱지치기등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운 놀이는 많았습니다. 그시절 여자친구들에게 운동장은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를 하기에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약 40년전 운동장 풍경은 지방마다,학교마다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강산이 4번가량 바뀌는 동안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이 놀이문화를 바꿔 놓았지만 지금도 점심시간과 체육시간,방과후에 운동장엔 공놀이와 게임하는 어린이들로 북적입니다. 시대를 넘어 여전히 운동장은 공부에 지친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는 어린이 놀이터인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그동안 어린이 활동공간에서 제외돼 왔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바로 환경보건법 시행령 이야기입니다. 지난2천9년3월부터 적용된 환경보건법 시행령의 어린이활동공간 대상에는 어린이놀이시설,어린이집의 보육실,유치원의 교실,초등학교 교실,특수학교의 교실이 포함돼 있습니다.하지만 초등학교 운동장뿐 아니라 도서관도 어린이 활동공간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어린이 환경안전을 강화하기위해 만든 환경보건법 시행령의 어린이활동공간에 정작 운동장이 빠져있어 아이러니합니다.

 환경부는 이에대해 그네,시소,철봉,미끄럼틀같은 놀이시설이 들어가있고 벤치등 목재시설물도 포함돼 있어서 어린이 건강을 해칠 유해환경에 대한 지도감독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단체활동무대인 운동장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은 간과한것입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209곳에 대해 환경진단한 결과 운동장의 모래 등에서 기생충<란>등 환경유해물질이 검출된 학교가 13곳이 나왔습니다. 그네,시소등 놀이기구에 칠해진 페인트에서 납,카드뮴,수은같은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학교도 87곳에 이릅니다. 또 운동장 벤치등 목재시설물에서 방부제가 나온곳이 12개 학교나 되고 교실 공기질도 안좋아 4개학교에서는 폼 알데하이드 농도가 환경기준치를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놀이터 합성고무 바닥재에서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학교도 2곳이었습니다.

 환경부는 뒤늦게 어린이활동공간에 초등학교 운동장과 도서관을 포함하는 환경보건법시행령 개정안을 오는14일 입법예고하기로 했습니다. 개정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오는7월15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린이 활동공간에서 유해환경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될 경우 1차 개선명령을 내리고 불응 할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3천만원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하지만  2천9년3월 환경보건법 시행령 발효 이전에 건축한 시설은 처벌기준이 없어 개선권고조치만 할 수 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더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못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않길 바랍니다. 어린이,노약자를 포함한 국민의 건강에 해를 끼칠 생활환경,산업환경이 계속 개선돼야 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각지대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