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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마음으로 음악을 듣다

마음으로 음악을 듣다 - 뉴욕필 리허설 엿보기...
현악기와 관악기 수십대가 저마다의 소리를 뿜어 내고, 이따금씩 묵직한 타악기 음이 제 소리도 들어보라는 듯 쏟아집니다. 더러는 겨울 계곡의 얼음장 아래를 흐르는 물방울의 톡톡 튀는 듯한 상쾌한 소리가 피아노의 울림통을 넘어 콘서트홀을 가득 채웁니다. 
 
소리는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듣는다 
문득, 소리는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듣는다는 이야기를 실감합니다. 아니 어느 순간엔 온 몸으로 듣게 됩니다. 악기들 속에서 쏟아져 나온 소리들이 몸 구석 구석으로 스미다가 갑자기 쑥 빠져 나갈 때는 아찔한 전율을 느낍니다.
 
지난 주말쯤 뉴욕 필 하모닉의 연주회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뉴욕필은 1842년 창단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입니다. 지난 2010년 5월에는 15,000번째의 공연을 가졌고, 또 2008년에는 평양 연주회도 가진 그야말로 미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입니다.
 
지휘자이자 음악 감독은 앨런 길버트(Alan Gilbert)인데, 그에 대해 뉴욕 타임즈는 "진정한 미국 오케스트라의 본보기로 뉴욕필 하모닉이 존재하게 했으며,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같은 문외한에겐 이마저도 보도자료에만 있는 사실일 뿐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리허설 취재를 위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들어서자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들려 오는 소리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한 때가 있다
음악에 대한 사전의 지식과 식견이 있다면 아무래도 그 음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들려 오는 소리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한 때가 있는데, 아마도 그 순간이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텅 빈 객석, 하지만, 은은하게 콘서트홀 구석 구석을 휘돌아 흐르는 선율들... 그러다 천둥이라도 치는 듯, 초원을 말들이 떼지어 가는 듯한 타악기 소리가 콘서트홀 천장을 부딪고, 현악기들의 날카로우면서도 애잔한, 그러다 또 숨이 가빠지는 소리는 홀 어디선가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져 온 몸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갑작스레 찾아드는 고요, 그 고요를 깨뜨리는 피아노 건반 위의 작은 흐름과 안개처럼 퍼져 나는 청아한 소리. 곧 이어 비바람이 휘몰아치듯 폭풍처럼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소리가 듣는 이의 머리를 텅 비게 만들어 버립니다.
 
취재진에게 공개한 리허설에서는 1시간 남짓 두 곡이 연주되었습니다.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서곡>과 역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였습니다. 피아노 현주곡은 우리나라의 젊은 신예 피아니스트인 김다솔과 협연 하였습니다.
 
김다솔은 1989년 부산 출신으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이면서, 현재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다솔의 연주실력은…
저같이 과문한 사람에게는 김다솔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너무도 감탄스러웠습니다. 열정적으로, 또는 격정적으로, 또는 너무도 감미로운 소리들을 쏟아 내는 그의 능력이 참으로 부럽고, 가슴 뜨거웠습니다.
 
김다솔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에 대해 깊은 감사와 흥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에 걸맞는 실력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스스로는 운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뉴욕필의 지휘자이자 음악 감독인 앨런 길버트는 그가 가진 훌륭한 재능으로 인해 뉴욕필과 충분히 협연할만하다고 그의 능력을 인정합니다.
 
짧은 리허설 동영상으로 김다솔의 연주 실력과 뉴욕필의 대가스러움을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다만 한 소절이라도 나누고, 작은 느낌 하나만이라도 공유하고픈 마음에서 동영상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네 모두가 그래도 한 때는 베토벤이나 모짜르트의 교향곡 몇 곡 정도와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파바로티와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정도는 읊었죠.  삶의 무게에 억눌려 사느라 잊고 지낸 클래식 음악의 작은 편린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운 것은 너무 멀리 있는 게 아니고, 그것에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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