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피폐해진 국토를 채 회복하지 못한 보스니아에서 경제난에 항의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내전의 상처가 깊은 보스니아의 비극이 언제 끝날지 주목받는다.
보스니아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하면서 민족 갈등에다 종교 차이가 겹쳐 수십만 명이 사망한 4년여간 이어졌던 내전의 상처를 미처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995년 서방이 주도한 데이턴 협정에 따라 보스니아는 보스니아 이슬람교도와 크로아티아계로 구성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계 주도의 스르프스카 공화국 등으로 나눈 1국 2체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전으로 인구가 줄고 무너진 경제와 사회 간접 자본을 복구하지 못해 일 인당 국내총생산은 4천310 달러(2010년 국제통화기금 통계)로 유럽 최하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정치 지도자들은 9일 잇따라 회동해 전국적인 시위가 진정되도록 방안을 모색했으나 '정국 안정과 경제 부흥'을 일궈낼 근본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난이 시위 원인 보스니아의 실업률은 공식적으로는 27.5%이나 사실상 40%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률은 60%를 웃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게다가 지난 2010년 총선 이후 빚어진 혼란으로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상실하면서 4천만 유로에 이르는 EU의 지원이 중단돼 경제 사정은 급속히 나빠졌다.
비록 진정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한 결정적 계기는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데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시위의 진앙인 투즐라 시에서는 세제 공장과 제염, 가구, 화학 공장 등 4곳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도 1년 넘게 1만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밀린 임금 지급을 하지 못한 게 시위를 부른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경제력을 쥔 소수 재벌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는데도 민영화를 방해했다고 발칸 뉴스 전문 '발칸 인사이트'는 지적했다.
투즐라 시 당국이 민영화 실패와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고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분노한 시위대에 먹히지 않았다.
◇사분 오열 정치권…정실 특혜 횡행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 자칫 무정부 상태에 빠질 조짐을 보이자 20년 전 내전의 당사자였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정치권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세르비아 정치권의 실세인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부총리는 보스니아의 한 축인 스르프스카 대통령과 스르프스카 야권 인사를 베오그라드로 초청, 대책을 모색했다.
믈라딘 보시치 스르프스카야 야당 대표는 보스니아 시위가 '아랍의 봄'과 닮았다고 분석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세르비아와 스르프스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로아티아의 조란 밀라노비치 총리도 크로아티아계 주민이 다수인 보스니아 모스타르 시를 방문,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방문했다고 호소했다.
밀라노비치 총리는 EU가 보스니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탓에 이번 시위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보스니아는 2010년 총선을 치르고 나서 정당 간 마찰에다 당내 내분과 계파 갈등 등으로 16개월간 중앙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권이 사분오열한 지경이다.
오는 10월 총선거를 치르지만, 정당 간 또는 당내 계파 간 제휴와 분열이 일상사가 됐다고 발칸인사이트는 전했다.
현지 주재 한 외교 소식통은 "지방정부가 권한을 중앙 정부에 넘기지 않아 행정력, 공권력이 미치지 못한 상태"라며 "내전은 끝났지만, 국가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각오로 모두가 각성해야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은 최근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와 비교해 "보스니아에 부패한 정부와 체제를 개혁할 구심점을 갖춘 세력과 지도자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시위 전국에 번진 보스니아, 비극 언제 끝나나
"국민 통합·국가 재건 필요성 각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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