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국내 상속 회복 소송에서 민법상 제척기간 10년이 지났더라도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상속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10일 나오면서 앞으로 관련 소송이 잇따를지 주목된다.
특히 이 판결이 확정되면 북한 주민의 국내 상속 소송이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나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져 사회적 논란도 예상된다.
◇ 북한 주민 상속권 인정 확대될까
북한에 있어 생사불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상속인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례는 지난 1982년 확립됐다.
이후 2009년 북한 주민이 국내 법정에 처음으로 친생자관계 존재확인 소송을 냈고, 2010년 1심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북한 주민의 상속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국내에 거주하면서 북한에 있는 동생들을 대신해 소송을 낸 A씨는 북한 국가보위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동생들의 자필 위임장과 모발·손톱 샘플을 채취하고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아오면서 화제가 됐다.
1심 판결 이후 유산 분할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해 원고 측이 일부 부동산을 넘겨받는 선에서 소송이 마무리되자 정부가 바빠졌다.
북한 주민들이 재산을 가져가겠다고 나서면 이를 처리할 법적 근거가 없고, 외화벌이로 악용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부랴부랴 '남북주민 사이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 특례법)을 입법했다.
2011년 말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시행된 '남북 특례법'은 북한 주민이 국내로 소송을 내고 상속지분을 요구할 수 있지만 승소 시 우리 법원이 관리인을 지정해 관리토록 규정했다.
이후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북한 주민도 국내에 소송을 낼 수 있고 유산 상속도 요구할 수 있다는 첫 판례로 확립됐다.
첫 판례를 이끌어 낸 배금자 변호사는 민법상 제척기간이 지나도 상속권을 인정한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북한 주민의 특수한 인권 상황을 고려해 그들의 상속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내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배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민법에 정해진 상속권 제척기간에 걸리면 아예 소송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돼 판례로 확립되면 권리 구제 기회가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소송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민법상 제척기간 지나도 인정, 판례 확립될까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민법상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상속권을 인정해 줄 것인지 여부였다.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행위가 벌어진 날로부터 10년, 침해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때문에 남북특례법 입법 당시에도 10년이 지나도 상속권을 인정할 것인지가 논란이 됐다.
남북특례법 입법 심사보고서를 보면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이 적용되지만 분단 장기화로 제척기간 10년이 경과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돼 별도 규정을 두지 않으면 사실상 북한주민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언급돼 있다.
심사보고서는 다만 "제척기간을 연장하면 남한 주민에게 큰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에 대한 헌법적 논란도 예상된다"며 "특례법 제정 공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제척기간 특례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서영효 판사는 10일 "특례법에 제척기간 관련 규정을 넣을지를 두고 입법 당시에도 논란이 됐었지만, 결국 결정을 유보해 가능성을 열어뒀었다"며 "이번 사건은 특례법 도입 취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북한주민이 분단 상황으로 인해 실질적인 권리 행사를 방해받았던 상황을 타개하고 이를 회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특례법 도입 취지라고 봤고, 10년이라는 민법 제척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면 특례법은 실효성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에게 남한 주민과 똑같이 제척기간을 적용하는게 옳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당사자들이 항소하면서 민법상 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상속권을 인정해야 하는지는 상급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례법상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법원이 실제 사건별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례법에는 명시가 없지만 제척기간 조항은 사실상 상속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민법 999조 1항의 부수적 기준이라 제척기간이 적용 안 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제척기간을 무제한 적용하면 북한 주민들이 사실상 상속권을 인정받기 어려워 특례법 취지가 무색해 질 수 있다"며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북한주민 상속권 시효 지나도 인정…판례 확립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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