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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석기 '징역 20년 구형', 재판부는 구형의 굴레를 벗을 수 있을까?

[취재파일] 이석기 '징역 20년 구형', 재판부는 구형의 굴레를 벗을 수 있을까?
지난주 월요일, 검찰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리고 1심 선고는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결심공판 2주 내로 선고공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이 2주라는 기간을 꽉 채운 다음 주 월요일에 선고 공판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1심을 일주일 앞둔 지금 가장 큰 관심은 재판부가 징역 20년이라는 검찰의 구형량을 판결에 얼마나 반영할 것 인가하는 점입니다. 바꾸어 말하는 징역 20년이라는 검찰의 구형량이 재판부의 판결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이냐는 점입니다. 

◈ ‘구형’이 판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듣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무리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한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서 결국 자신의 판단에도 다른 사람의 얘기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법부의 판결 중에도 검찰의 구형량이 판사들에게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어서 인지, 검찰의 구형량을 참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결이 상당수 있습니다. 검찰의 구형만으로 일각에서 즉각적인 반발이 있었던 것은 그것이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이 전례가 없기 때문에 재판부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검찰의 구형량이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재판부의 또 다른 고민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차가 워낙 크다는 것 일 겁니다. 재판이 있는 날이면 보수단체 사람들은 "이석기 사형"을 외칩니다. 반면 진보당 관계자들은 "이석기 무죄"라고 맞받습니다. 검찰과 변호인단도 내란 음모다, 아니 전면 무죄다로 완전히 상충되어 있습니다. 변호인단이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한 부분적 인정과 반성이 아니라 공소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의 고민은 클 겁니다.

검찰이 이석기 의원 등을 내란죄가 아닌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에 사형은 불가합니다. 하지만, 내란음모와 내란 선동 등을 적용해 최고 45년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반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죄를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징역 20년을 검찰이 구형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을 개의치 않고 무죄나 45년형에 가까운 판결을 내어놓을지, 아님 검찰의 의도대로 징역 20년이라는 구형량을 전후한 판결이 나올지 그 형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도 관심

형량과 함께 또 다른 관심은 그 형량을 책정하는데 있어서 상충되고 있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검찰은 지금껏 이석기 의원은 RO의 총책으로, RO는 내란을 일으키기 위한 지하비밀조직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변호인단은 RO는 검찰과 국정원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조직이며, 따라서 이석기 의원이 RO의 총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RO라는 조직의 실체를 밝히고, 이 조직이 내란을 모의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해 5월 12일에 있었던 소위 합정동 모임의 녹취파일을 핵심 증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변호인단은 그냥 이석기 의원 등 피고인들이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단순한 정세 강연회였다며 내란을 모의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1심에서 어떤 식으로 판결을 하든, 그 판결의 기본은 5월 12일 모임의 성격이 어떤 것이었는지가 될 것이고, 그 연장에서 그 모임에서 내란을 모의했는지 여부가 판결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5월 12일 모임의 녹취파일을 공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방청객들과 함께 청취를 하기도 했습니다.(저도 당시 청취하는 법정에 있었습니다만, 녹음 파일의 음질이 좋지가 않아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맞서고 있는 부분은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재판부는 그 부분을 어떤 식으로 판단할지도 궁금합니다.)

◈ 판결에 따라 어느 쪽이든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듯

재판부가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면 현직 국회의원이 비밀회합을 가지면서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에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반면, 무죄를 선고한다면 검찰은 정세 강연회라는 모임을 내란을 모의하는 비밀회합이라고 비약해 현직 국회의원까지 구속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왜 하필 그 시점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는지 의심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1심 판결을 앞둔 시점에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도 RO라는 조직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이석기 의원 등이 조직의 수장이나 핵심 멤버이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증거로 제시된 것은 지난해 5월 12일 모임의 녹취파일이었습니다. 이는 검찰이 기소하면서 발표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기소시점에 관한 참고 클릭)

기소 시점에 검찰은 소위 합정동 모임의 녹취 파일을 근거로 RO라는 조직의 위험성을 주장하고, 또 그것을 근거로 내란 음모를 했다고 하는 것은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진 것이라는 변호인단의 반박을 받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아직 수사 중인 것이 많이 있으니 추후 재판 과정에서 다른 증거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핵심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그 순환논리의 오류라는 것은 피하기 위해서인지 합정동 모임 이틀 전에 있었던 곤지암 모임과 합정동 모임 분위기 차이를 예로 들며 합정동 모임은 내란을 음모하는 자리였다는 논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검찰 관련


◈ “수사 진행 중”이라 밝혔던 검찰, 하지만

또, 하나 검찰은 기소 시점에 왜 그렇게 위험한 RO는 왜 기소하지 않는지, 바꾸어 말하는 반국가 단체 구성 혐의는 왜 적용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공판 과정에서 공소 사실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심 공판에서도 RO의 위험성이 계속 강조되었지만, 반국가단체 구성혐의가 추가되지는 않았습니다. 기소 시점에 자신 있어 했던 검찰의 모습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변호인단도 사건 자체가 날조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합정동 모임에서의 발언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전체적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언들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발언이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마땅한 설명이 없습니다.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재판 과정에서 몇 번 제기되기는 했지만 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용인할 수 없는 정세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적절한 설명을 내어놓지 못 했습니다. 이 역시 사건 자체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는 기소시점과 비교해서는 상당부분 후퇴한 모습입니다.

이번 사건은 공개수사로 전환되던 시점에서부터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덮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사상 최초로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내란 음모사건이라는 사건의 성격까지 모든 것을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사건을 지휘하고, 수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던 김수남 전 수원지검장은 검찰 내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상태입니다. 판결에 따라 여러 이야기들을 낳을 수밖에 없는 이번 사건은 결국에서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지만, 1심 재판부는 어떤 결정을 내어놓을까요? 이제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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