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문제 유출 돈거래 사건 항소심에서 관련 장학사가 1심에서 한 진술 일부를 번복하고 김종성(64) 교육감의 연루여부를 가늠할수 있는 대화 녹취록을 두고도 의견이 갈리면서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교육감은 애초 경찰수사단계부터 "김모(51) 전 감사담당 장학사가 다른 사건 관련자들에게 거짓으로 교육감 지시라고 말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학사가 범행 과정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데다 이 같은 진술에 부합하는 여러 객관적 상황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있는 점을 들어 김 교육감에게 징역 8년,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8천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 측은 "1심 재판은 형사재판에서 주어진 증거들을 갖고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즉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 이념조차 무시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가운데 7일 열린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김 교육감 1심 형량이 너무 낮다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부분 징역 10년, 위계 공무집행 방해 부분 징역 2년 등을 구형,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역 교육계를 포함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녹취록 해석 공방…'사후보고' 시점 논란
김종성 교육감과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감사담당 장학사는 7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김 전 장학사가 구속 직전인 지난해 2월 5일 김교육감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 일부 말의 해석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녹취록에는 대화 당시 김 전 장학사가 "교육감님도 그런 식으로 나중에 사후보고 받은 걸로, 원래대로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어요"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김교육감의 인지 시점을 판단할수 있는 '사후보고'가 무슨 뜻인지에 대해 김 전 장학사는 '시험 부정합격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차명계좌에 입금시킨 후 그 액수를 보고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 교육감은 '경찰의 수사 개시 후 범행을 보고받았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육감이 "내 책임도 있어. 막지 못한 거, 그 순간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무엇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냐'를 두고서도 김 교육감은 "부하 직원들의 범행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의미"라고 한 데 반해 김 전 장학사는 "경찰의 수사를 막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또 '무슨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이냐'에 대해 김 교육감은 "김 전 장학사 등의 범행을 경찰 수사 개시 후 알고난 뒤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즉각 감사를 지시하지 않는 등 판단착오를 뜻한다"고 설명했고 김 전 장학사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관련자 '진술 번복'…범행 주도 김 전 장학사 진술 신빙성 흠집
지난달 13일 항소심 공판 때 부정 합격자들로부터 돈을 걷었던 노모(48) 전 장학사가 "1심 때 김 전 장학사가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도 김 전 장학사 말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게 하는 점이다.
노 전 장학사는 "1심 당시 '부정 합격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직접 차명계좌주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은 거짓이었다"며 "사실은 김 전 장학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7일 마지막 공판에서는 1심 당시 허위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 노 전 장학사는 "김 전 장학사가 돈과 관련된 부분은 숨진 박모 전 장학사와 내가 도맡았던 것으로 진술하고 자신은 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장학사는 2012년 당시 부정 합격자가 크게 늘어난 과정과 관련해 애초 "숨진 박 전 장학사의 뜻이었다"고 진술했다가 "김 전 장학사가 교육감의 뜻이라며 먼저 얘기했다"고 번복했는데 어떤 진술이 맞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나중 진술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계속 거짓말을 하기가 너무 힘들고 두려웠다"며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늦게나마 사실대로 말했다"고 진술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 항소심 결과 이목집중…유사 재판 무죄
잇따라 이같이 돌발변수들이 생기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큰 관심이 되고 있다.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전 장학사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인 상황에서 김 교육감 측은 "김 전 장학사가 중형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며 교육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라며 거듭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최근 뇌물 및 알선수재 사건에서 '금품 전달자 또는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기도 하다.
저축은행 2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78) 민주당 의원과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한 경기 용인시 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해 브로커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헌(56) 전 의원에 대해 지난해 11월과 12월 '돈을 전달한 사람의 증언과 금품 공여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달에는 김교육감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모(57) 한국석유관리원 감사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뇌물죄에 있어 공여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여자의 인간됨,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도 아울러 살펴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신빙성이 의심되는 김 전 장학사 진술 외에 확실한 물증이 없는 만큼 당연히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김 교육감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지, '교육계 수장이 매관매직을 지시함으로써 교육계 위상과 권위를 실추시킨 사건'이라는 1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지 치열했던 '법정 공방 2라운드' 결말에 지역 교육계를 포함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대전=연합뉴스)
충남 장학사선발비리 '엉킨 진실'…항소심서 새국면
관련자 1심 진술 번복, 녹취록도 해석차이…재판부 판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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