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걱정스런 마음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던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대단히 사적인 영역에 대해 설명을 강요 당하는 독신들은 난감하고 짜증스럽습니다.
우리나라는 양반입니다. 중국에서 춘제를 맞아 고향을 찾는 젊은이들이 겪는 '결혼 압박'은 강도가 훨씬 높습니다. 차원이 다릅니다.
중국 춘제에 흔히 등장하는 단어로 '逼婚(비훈)'과 '相親(샹친)'이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각각 '강제 결혼'과 '맞선'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에 돈을 벌러 떠났던 젊은이들이 1년에 한 번 춘제를 맞아 돌아옵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 친지 뿐만이 아닙니다. 살인적인 '선' 일정과 강도 높은 '결혼 압박'입니다. 그래서 '비훈'과 '샹친'은 춘제만 되면 검색어 순위 1, 2위를 다툽니다. 올해는 '비훈(강제결혼)을 막는 비급'이라는 글이 인터넷에 여러 판본으로 올라왔는데 모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진 양이 인터넷에 올린 맞선후기입니다. "마지막 선이 끝나니 어질어질했습니다. 첫번째 만났던 남성의 얼굴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누가 마음에 드는지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설사 누군가에게 끌렸다 하더라도 이제 직장에 복귀하면 1년 뒤에나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고역이란 생각 뿐입니다."
진 양이 독한 '샹친'을 경험했다면 역시 허난성 출신의 21세 왕타오 군의 사례는 '비훈'에 해당합니다. 왕 군은 중학교까지 마친 뒤 저장성의 한 전자공장에 취직했습니다. 일을 위해 타지로 나간지 5년이 됐는데 지금까지 춘제에 고향을 단 한 번 찾았습니다. 왕 군이 채 20살이 되기 전부터 부모가 결혼하라며 성화를 부렸기 때문입니다. 왕 군은 올 춘제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제대로 걸렸습니다. 왕 군의 부모는 설 다음날부터 맞선을 2번 보게 하더니, 며칠 동안 하루에 2~3차례 맞선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행히 그중 여성 1명에게 호감을 가졌습니다. 둘이서 한 번 더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왕 군의 부모는 당장 그 여성의 집안과 혼담을 진행했습니다. 왕 군의 설명입니다. "단 두 번 얼굴을 봤습니다. 말이 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바로 결혼하기로 결정되더군요. 조금 정신 없고 어이 없는 느낌이지만 부모님이 마음을 놓아하시니 그냥 따르기로 했습니다."
앞서 왕 군의 말입니다. "농민공들이 여유를 갖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1년에 춘제 연휴기간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성을 소개시켜주는 것이죠. 춘제에라도 이성과 교제를 강요하지 않으면 평생 독신으로 지낼 것이라 걱정합니다."
아직 미혼인 23살의 왕상씨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어쩌다 일하러 나온 도시에서 여성을 사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여성의 고향은 십중팔구 꽤 멀리 떨어진 고장입니다. 적어도 성이 다릅니다. 그러면 두 집안이 모두 반대하고 나섭니다. 자식을 멀리 시집, 장가 보내기 싫은 것이죠. 끝내 결혼하면 자식을 1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게 됩니다. 농민공 맞벌이 부부 수입으로 한 해에 시집과 처가를 모두 찾아갈 수 없으니까요. 부모들이 반대할 만도 합니다."
중국의 사회학자들은 '비훈'과 '샹친'에 드리워진 세대간 갈등에 더 주목합니다.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데 대한 관점 차이도 큽니다. 부모 세대는 배우자를 고르는데 '門當戶對'라는 사자성어를 금과옥조로 여깁니다. 번역하면 '두 집안의 학력과 재력, 사회적 지위가 엇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즉 '적당한 집안 출신이냐'와 같은 각종 외부조건에 무게를 놓고 봅니다. 반면 젊은이들은 외부조건보다 정신생활에 우선 순위를 둡니다.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관심사와 기호를 가졌는지, 가치관이나 생활관은 서로 어울리는지 등을 따집니다. 고르는 방식이 다르니 선택도 달라지고 따라서 세대간에 갈등이 불거집니다.
무엇보다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이 전혀 다릅니다. 부모 세대에 결혼은 필수입니다.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키워가기 위해서 결혼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코스입니다. 대부분 하나 밖에 없는 자녀가 손자를 얻어 대를 잇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하지만 각자 직장을 얻어 경제력과 생활력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은 다릅니다.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하면 독신 생활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결혼에 얽매이기 싫어합니다.
사랑과 연애, 결혼 풍속은 세월에 따라 쉬지 않고 변해왔습니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세대 갈등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인생 중대사인 결혼을 전혀 모르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신세대를 보며 부모들은 어찌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윗세대의 우려와 걱정, 방해에도 불구하고 연애와 결혼 방식은 끝내 바뀌는 걸요. 앞서 언급한 '비훈(강제결혼)을 막는 비급'에 올라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옮겨보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성친구를 빌리세요. 열흘에 1백만 원이면 됩니다. 결혼 잔소리와 이어지는 맞선에 시달리는 것에 비하면 비싸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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