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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취재파일]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케아(IKEA)라는 가구 브랜드가 있다. 북유럽의 멋을 담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케아의 장점은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싸다는 것이다. 직접 가져다 조립해서 쓰는 DIY(Do-It-Yourself)가구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대신, 아무래도 튼튼하진 않다. 조립하는 일도 의외로 간단치가 않다. 레고 블럭 끼우듯이 부품이 딱딱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사라도 한 번  하고 나면, 조립한 이케아 가구는 어쩐지 부실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에 도합 4년 살면서 겪은 직간접 경험담이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제목은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전영수 지음. 중앙북스. 14,000원)이다.  이케아 “세대”? 저자는 “저렴한 이케아 가구로 싱글 라이프를 누리며 2년마다 직장과 거처를 옮기며 사는 30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이케아 세대의 특징은 이렇다.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유학을 경험해 외국 문화에 익숙하고,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지만 ,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현실에서는 절충하며 살아야 한다. 이들은 학력이 높지만 취업시장에서 몸값이 낮기 때문에 “머리로는 샤넬을, 현실에선 다이소를 소비”해야 한다. 자본주의 양극화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나기 어려워, 장기적인 인생계획을 꾸려나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부제에 그대로 녹아있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

저자는 말한다. “이케아 세대”는 자기 스스로의 즐김, 찰나에 만족함,  결혼에 의한 가족 구성과 출산 및 주택 구입의 거부를 통해서, 기성세대가 공고하게 쌓아올린 체제에 복수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세대와 사회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학과 특임교수”인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서, 이케아 세대의 ‘복수’가 기성 체제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로마제국도 결국은 인구 감소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며, “국가는 결혼과 출산을 위한 지원을 늘려라. 이케아 세대의 주거비용을 낮추고 , 일과 가정생활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말 뿐이 아니라 실천라”고 촉구한다.

그러면서 기업의 변화 필요성에 주목한다. 일과 개인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삶, 저녁이 있는 삶,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삶은 아무리 법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실제 기업 레벨에서 이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마침내 이렇게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케아 세대의 오늘과 내일은 순전히 CEO의 결심과 실천에 달렸다"

그런데, 과연 기업이, 기업의 CEO들이 알아서 변화해 줄 것인가. 이 대목에서 저자는 청년 세대의 이익을 대변해 줄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 그런 정치세력을 길러내기 위한 정치 참여, 그리고 장래에 자신들을 먹여살려줄 이케아 세대에 대한 기성 (노인)세대의 일부 양보 필요성을 지적한다.

나라는 갈수록 늙어가는데, 경제활동을 떠받칠 젊은 인구는 돈도 없고, 경제력을 갖출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이 거대한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향후 수 년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나가느냐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장래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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