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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환매형 아파트'는 왜 폭탄이 돼 돌아왔을까?

[취재파일] '환매형 아파트'는 왜 폭탄이 돼 돌아왔을까?
“2~3년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분양가의 20~30%만 내시면 되고요, 아파트가 맘에 안 드시면 그냥 나가시면 됩니다. 물론, 내신 돈은 다 돌려 드립니다.” 분양금의 20∼30%만 내고 2~3년간 살아본 뒤 아파트 구매 여부를 최종 결정할 수 있다니, 참 매력적인 조건입니다.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 입장에선 더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환매형 아파트’ 얘깁니다. 다시 팔 수 있다는 뜻으로 ‘환매형’, 혹은 몇 년 살아보고 나갈 수 있다는 뜻에서 ‘전세형’,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의미로 ’애프터 리빙(After living)‘으로도 불립니다. 살아보고 아파트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겐 이상적인 계약입니다.

“돌려줄 돈이 없다. 재판이라도 하자.”

증권사에 다니는 박 모 씨도 ‘전세금만 내면 새 아파트에서 2년간 살 수 있다.’라는 분양광고 조건을 보고, 2년 전 경기도에 있는 한 ‘환매형 아파트’를 계약했습니다. 분양가가 6억 원인 155제곱미터짜리 아파트를 1억 8천만 원만 내고 입주했습니다. 소유권 이전등기도 박씨 앞으로 됐습니다. 중도금 4억 2천만 원에 대한 은행대출은 박씨 명의로 됐지만, 대출이자는 건설사가 대신 내주기로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박씨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계약만료일을 석 달 앞둔 지난달, 박씨가 새 전셋집을 찾기로 하고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건설사는 돌연 말을 바꿨습니다. 자금난 때문에 돌려줄 돈이 없다는 겁니다. 대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2년 치 이자 3천만 원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입주자가 원하면 계약금을 돌려주기로 한 약속은 어디 가고 인제 와서 딴소리한다며 강하게 따졌지만, 건설사는 이 돈이라도 받고 나가든지 아니면 법정에 가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오히려 큰소리쳤습니다.

가 제시한 조건을 절대 받아 드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집값이 분양 당시보다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6억 원이던 집값이 지금은 4억 원까지 내려갔습니다. 박씨가 건설사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박씨는 앉아서 2억 원을 손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입주 당시 받았던 대출금에 따른 이자만으로도 매달 백만 원 넘게 내야 합니다.

‘환매형 아파트’ 3만 2천5백여 가구…상당수가 위험

더 큰 문제는 박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환매형 아파트’는 전국에 25개 단지, 3만 2천5백여 가구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부산 2곳을 제외한 23개 단지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미분양 무덤'으로 꼽히는 경기도 고양, 용인, 김포 파주에 절반에 가까운 12개 단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건설경기 불황으로, 이들 건설사 상당수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건설사가 자금 여력이 없거나 부도가 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입주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건설사가 계약자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환매형 분양’으로 265가구가 입주했지만, 건설사가 2년 뒤 부도나면서 계약금을 돌려받기는커녕 건설사가 은행에 진 빚까지 입주자가 모두 떠안아야 했습니다. 입주자들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소유권마저 은행에 빼앗겼습니다. ‘환매형 분양 입주자’는 세입자가 아니라 건설사가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면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전체 입주민 261가구 가운데 166가구는 지난달 중순, 부산시와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 등의 중재로 소송을 취하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환매형 아파트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조치였다.”

그럼, 이런 ‘환매형 아파트’란 제도는 왜 생겼을까요? 근원적인 문제는 ‘건설경기 침체’에 있습니다. ‘환매형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2007년 당시, 금융위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아파트를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설사의 경영이 어려워졌습니다. 건설사들은 그런 미분양 아파트를 더는 남겨 둘 수 없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선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언 발의 오줌 누기’ 식으로 어떻게든 현금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건설사들은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을 통해서 한 채당 현금 수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매형 아파트’라는 신상품이 나오게 됩니다. (일부 전문가는 '환매형 아파트'를 생명이 위중한 환자에게 산소 호흡기를 달아주는 상황에 비유했습니다.)

소비자로서도 ‘환매형 아파트’는 당연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세처럼 한 2~3년 살다가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데다, 건설사가 관리비랑 대출 이자도 대신 내주고, 또 분양면적이 넓은 평수에 대해서는 매월 백만 원 가량의 생활비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리주차라든지 요트 클럽, 헬스클럽 무료 이용 등 각종 편의 제공도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를 거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집값은 계속 내려갔습니다. 법대로 한다면 내려간 집값도 당연히 건설사가 부담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사들은 그런 능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피해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게 된 겁니다.

정부가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애초 이 ‘환매형 아파트’가 국가정책으로 시작된 것도 아닌데다, 지금은 영세민을 위한 주거복지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환매형 아파트’ 구매자들은 영세민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의 피해를 국민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게 정당한가라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환매형 아파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미분양 아파트와 관련된 집단 담보 대출에 대한 점검에 나섰습니다. 또, ‘환매형 아파트’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려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환매형 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건설사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돌려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분양 계약서를 작성할 땐 무엇보다 건설사의 재무 상태나 경영 상태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필요합니다. 또, 집값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싸다면 계약서에 들어가는 특약조건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취재과정에서 심규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의 자문과 연구결과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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