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 마이산의 탑사에 가면 돌탑도 유명하지만 겨울에는 역고드름이 명물입니다.
역고드름은 대접에 받아놓은 물이 얼면서 하늘 위로 솟아나는 고드름을 말합니다.
길이는 10cm 안팎의 것이 많고 가장 긴 것은 30cm를 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역고드름은 폐광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바닥에서 솟는 역고드름과 전혀 다릅니다.
고드름이 실제로 중력을 거슬러 자라나는 것인데 처음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합니다.
취재진이 탑사를 찾은 오늘 아침에도 기다란 역고드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탑사 정해 스님은 어젯밤 11시쯤 받아놓은 물이 얼면서 3주 만에 역고드름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탑사 곳곳에 놓인 수십 개의 대접 가운데 대여섯 개에서 역고드름이 발견됐습니다.
칼 모양처럼 날카롭게 솟아오르는 게 있는가 하면, 볼펜처럼 길고 둥글게 솟는 등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사찰 측은 오늘 잘 만들어진 역고드름 하나가 녹을 것 같다며 곧장 냉동실에 보관했습니다.
냉동실에는 한 달 전에 만들어진 것을 포함해 역고드름 몇 개가 보관돼 있었습니다.
역고드름이 만들어지는 것은 예전 같지 않은데 고드름을 찾는 관광객들은 많아져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정해 스님은 설명했습니다.
최근 역고드름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은 그 생성 원리를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고드름은 대접의 바닥부터 얼기 시작한 물이 부피가 팽창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이때 수면에는 마지막까지 얼지 않는 이른바 '숨구멍'이 생기는데 아래에서 팽창한 얼음이 이 구멍을 뚫고 올라와 계속 자라는 것입니다.
날씨가 너무 추우면 수면에 숨구멍이 생길 여유도 없이 한꺼번에 얼어버리기 때문에 역고드름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릇을 놓는 바닥은 냉기를 잘 보관하는 화강암이 좋고, 그릇은 냉기를 잘 전달받는 스테인리스 재질이 적당합니다.
나무나 플라스틱 그릇에서는 역고드름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화강암 바닥이 아니라 흙 바닥에서도 역시 잘 안 생깁니다.
전주대학교 과학교육과 윤마병 교수는 2009년 관련 논문에서 영하 5~6도에서 역고드름이 가장 잘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북 진안의 올해 기상 자료를 확인해보니 최저 기온이 영하 5~6도였던 날은 지금까지 단 7일에 불과했습니다.
날씨가 비교적 포근하거나, 영하 10도 안팎의 맹추위가 이어진 날이 대부분입니다.
올해 역고드름이 이상하게 잘 안 생기고, 어렵게 만들어지면 곧바로 냉동실에 보관하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집에서도 스테인리스 그릇에 물을 받아 에어컨 실외기 같은 차가운 곳 위에 올려놓고 밤새 두면 역고드름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역고드름은 기온과 열 전도, 얼음의 부피 팽창 등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자주] SBS 8뉴스에 방송될 아이템 가운데 핵심적인 기사를 미리 보여드립니다. 다만 최종 편집 회의 과정에서 해당 아이템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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