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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머릿속까지 들여다보려는 페이스북

페이스북 탄생 10년

[취재파일] 내 머릿속까지 들여다보려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세상에 태어난 지 오늘(4일)로 10년째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관계 맺는 판을 깔아놓았더니 어느덧 이 판에 1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빨치산인양 버티던 저도 최근에 페이스북을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제 가입 번호표는 10억 번이 훌쩍 넘을 것 같습니다.

늦깎이 회원이지만 역시 관계 맺기의 쾌감은 묘했습니다. 남들이 눌러주는 ‘좋아요’가 늘어날 때마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 주렁주렁 매달릴 때마다 이 판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게 많아봐야 10개 남짓인 데도 말입니다. 어릴 적 선생님이 ‘잘했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들이 모여들어 어깨를 두드리며 ‘너 좀 하는데 자식~!’ 뭐 이런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아요'가 적을 때면 괜스레 혼자 게시물 집중 분석에 들어갑니다. ‘잘 나간다는’ 사람의 게시물과 나름 비교도 해보면서 글쓰기도 따라해 봅니다. 예상이 적중해 ‘좋아요’가 쌓이면 그 맛이 또 별미입니다.

그런데 요즘 조금 놀랍습니다. 이 판을 깔아놓은 페북, 알면 알수록 두려움마저 생깁니다.

제 뉴스피드 게시물은 ‘최신순’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페북이 골라준 인기순으로는 보지 않겠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시간 순서로 차곡차곡 제 뉴스피드에 쌓였습니다. 무작위로 쌓이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제 페북에서 사람들의 글이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분명히 간간히 글을 올렸던 사람들인데 은연중에 제 페북에서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알지도 못했습니다. 한참을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똑같이 친구를 맺은 사람인데 그 사람의 글을 자기 페북에서 봤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말입니다. '똑같은 친구인데 내 페북에는 안 오르고 그 사람 페북에는 오른다...' 분명히 ‘최신순’으로 설정이 돼 있는데도, 하루에도 여러 번 뉴스피드를 살펴보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 이름을 검색해봤습니다. 제가 지우지도 않았지만 제 페북에선 사라진 그 사람은 열심히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페북의 알고리즘인가? 제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관심을 보낸 사람은 계속 제 페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그냥 게시물을 넘겨봤던 사람들은 소리도 소문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관심을 보낸 사람은 계속 페북이 ‘알아서’ 연결시켜주고 제가 관심을 보내지 않은 사람은 페북이 ‘알아서’ 연결을 끊어준 겁니다.

SNS가 피로감이라는 단어와 엮일 정도로 쏟아지는 SNS 정보에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밴드와 같은 폐쇄형, 관계심화형 SNS가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페북의 반성이자 반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랬는데 저만 몰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좀 두렵습니다. 내 습관, 기호, 행동을 이리저리 수집해 내 마음과 머릿속까지 들여다보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작정’ 정보를 던져대는 트위터를 싫어하면서도 ‘작정하고’ 정보를 던져주는 페북에 흠칫 놀랍니다. ‘나’를 분석하고 ‘나’를 예측하는 기술이 어디까지 나아갈 지는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페북 탄생 10년에 다가오는 일감은 ‘좀 껄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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